'尹風'이 이끈 승리…파격 행보·메시지에 중도층 표심 움직였다

입력 2022-06-01 20:15
수정 2022-06-02 11:24

방송 3사가 1일 발표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출구(예측)조사 결과는 국민의힘의 압승으로 평가된다. 석 달 전 치러진 대선에서 윤석열 당시 후보가 뒤졌던 지역에서도 여당 후보들이 대부분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대통령의 ‘티켓파워’가 입증되면서 향후 정부의 국정운영에 더욱 힘이 실릴 전망이다. 윤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강조한 연금·노동·교육개혁 등이 속도감 있게 추진될지 주목된다. 대선 결과 뛰어넘는 압승2일 0시 기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표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 후보는 17곳 광역자치단체장 선거 중 13곳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앞섰다. 출구조사에서 경합 지역으로 분류된 경기, 세종, 대전 등 3곳도 국민의힘 후보들이 모두 우세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이 우세한 지역은 4곳에 그쳤다. 지난 3월 대선과 비교해도 여권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대선 당시 윤 대통령은 광역지방자치단체 17곳 중 10곳에서 더 많은 표를 받았다. 정치권에선 대선 때 윤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던 중도층 일부가 이번에 여권 지지층으로 이동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 출범 직후 ‘허니문 효과’가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과거 선거에서도 새 정부 출범 초 치른 총선이나 지방선거에선 대통령에 대한 견제론보다 국정 안정론이 우세했다.

정치권에선 이런 컨벤션 효과를 고려하더라도 “기대 이상의 성과”라는 평가가 많다. 지난달 10일 윤석열 정부 출범 당시만 해도 이런 결과를 예상하기는 쉽지 않았다. 소위 ‘검수완박’ 입법안을 놓고 윤 대통령과 야권이 ‘강 대 강’으로 대치하는 가운데 청와대 이전을 무리하게 강행한다는 부정적인 여론이 높았다.

이런 분위기는 윤 대통령 취임 후 서서히 달라졌다. 우선 국민과 적극적인 소통에 나선 게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다. 대통령실로 출근하면서 언론의 즉석 질문에 답변하고, 주변 음식점에 스스럼없이 식사하러 다니는 모습이 가감 없이 보도됐다. 편을 가르기보다 국민을 통합하려 한 노력도 돋보였다는 평가다. 보수 정당에선 처음으로 대통령이 5·18 민주화 행사 참석을 위해 여당 모든 의원과 함께 광주를 찾기도 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선거 결과의 가장 큰 요인은 야당의 잇따른 실책”이라면서도 “윤 대통령이 전임 대통령과 달리 내 편, 네 편 따지지 않고 국민과 소통하려 한 노력이 특히 중도층에서 평가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자신이 잘못 판단한 일에 대해선 과감하게 노선을 바꿨다. 인사 정책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여성들이 고위직에 임명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적 의견에 대해 “정신이 번쩍 들었다”며 “여성에게 과감한 기회를 부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그 이후 당초 인사 기준까지 바꾸면서 여성을 잇따라 중용했다. 친기업·민생행보, 2030세대 껴안아민생을 우선시한 것도 표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소상공인 피해 보상금을 대선 공약 취지대로 국회에서 관철시켰고,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을 통해 대기업의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냈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주요 대기업들이 발표한 1000조원 투자와 30만 개 일자리 창출 계획이 일자리에 민감한 2030세대 표심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선거 승리로 당분간 국정운영은 윤 대통령이 주도권을 쥘 전망이다. 정부조직법 개편과 기업 규제 철폐 등 거대 야당의 협조가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 윤 대통령이 더 큰 목소리를 낼 정치적 기반이 조성됐다. 국회 첫 시정연설에서 화두로 꺼낸 연금, 노동, 교육 등 3대 구조개혁 방안도 속도감 있게 추진될 전망이다. 다만 일각에선 “윤 대통령의 의회 경험이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에 당정 간 힘겨루기와 밀당이 재연될 수 있다”(이준한 교수)는 관측도 나온다.

여당 내 당권 경쟁도 달아오를 전망이다. 특히 안철수 전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의 역할에 관심이 쏠린다. 김형준 교수는 “향후 1년간 물가, 부동산, 일자리 등 민생 문제가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될 수밖에 없다”며 “이런 문제들에 대한 해법이 정치권의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