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전에"…수사 칼날 더 세우는 검찰

입력 2022-06-01 19:36
수정 2022-06-02 14:45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으로 불리는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시행을 석 달 앞두고 검찰이 공격적으로 수사에 나서고 있다. 법안 시행 전 검찰 직접수사의 필요성을 입증하기 위해 칼날을 더 세우고 있다는 평가다. 일각에선 검찰의 이 같은 움직임으로 인해 애꿎은 기업에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반부패·강력수사2부(부장검사 조주연)는 최근 롯데건설 전 임원 A씨를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은 A씨가 2015년 부산시가 시행하는 하수관로 정비 사업 수주를 청탁하면서 사업 평가기관인 부산연구원 소속 연구원에게 1억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했다고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19일엔 허위로 특허를 등록해 경쟁회사의 위장약 판매를 방해한 혐의로 대웅제약과 직원들을 재판에 넘겼다. 수사는 ‘대기업 저승사자’로 불리는 공정거래조사부가 전담했다. 이 부서는 지난 3월 조직개편을 통해 몸집을 키운 뒤 일감 몰아주기 수혜 의혹과 관련해 삼성웰스토리를 압수수색하는 등 기업 관련 수사에 힘을 싣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방검찰청도 최근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며 윗선으로까지 수사 범위를 넓히고 있다.

검찰은 최근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도 2년4개월 만에 부활시켜 금융범죄에 대한 고강도 수사를 예고했다. 합수단은 출범 직후 암호화폐 루나·테라 폭락사태 수사를 맡는 등 가상자산 분야까지 다루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검수완박법 시행 전 성과를 내 직접수사의 필요성을 보여주고자 더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검찰은 검수완박법이 시행되는 오는 9월 10일부터 공직자·방위사업·대형참사 범죄를 직접수사할 수 없게 된다. 내년부터는 선거범죄에 대한 직접수사도 금지된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중대범죄수사청 설립이 현실화하면 이르면 1년6개월 후 경제범죄와 부패범죄 직접수사권도 없어질 수 있다.

최근 취임한 검찰 간부들 역시 한목소리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사명을 다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은 첫 출근을 한 지난달 23일 “선거범죄에 적극적이고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며 1일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벌어지는 비리를 철저히 수사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권력형 비리와 기업범죄, 금융비리는 배후까지 철저히 규명해 처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총장 직무대리를 맡고 있는 이원석 대검찰청 차장검사도 지난달 말 대검 확대간부회의에서 “국민의 생명, 안전, 재산과 기본권을 지키는 일은 잠시도 소홀히 할 수 없다”며 “각자의 위치에서 1분, 1초도 헛되이 보내지 말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검찰이 휘두르는 칼에 억울하게 피해를 보는 사례가 나오지 않을까 긴장하는 분위기다. 기업 경영진으로선 고강도 수사가 장기화할수록 이에 대응하느라 이전만큼 경영에 집중하기 어려워진다. 이 같은 불안감을 포착한 대형 로펌들은 벌써 새 조직까지 구성하며 대응전략 자문영업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에만 법무법인 태평양과 화우, 바른 등이 줄줄이 금융·증권범죄합수단 재출범에 대응하는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