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슈퍼와 GS더프레시 등 기업형슈퍼마켓(SSM)이 끝없는 부진의 늪에 빠졌다. 휴일 의무 휴업 등 규제의 사슬에 발이 묶여 마켓컬리와 쿠팡 등 e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는 물론 동네 식자재마트와의 경쟁에서도 밀리고 있다. 유통업체들은 주거지가 밀집한 상권에 자리 잡은 SSM의 입지 특성을 살려 퀵커머스 배송 거점으로 활용하는 등 SSM 부활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SSM 찾을 이유 없어”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SSM 시장 점유율 1위 롯데슈퍼는 지난 1분기 349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3881억원)에 비해 10% 줄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 32억원에서 올 1분기 25억원으로 21.9% 감소했다. 같은 기간 GS더프레시의 매출은 6.2%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26.1% 급감했다.
이마트에브리데이는 비교적 실적 선방을 했다. 올 1분기 매출은 3320억원으로 전년(3150억원) 대비 5.4% 늘었다. 영업이익은 22.2% 증가했다. 다만 2020년과 비교하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9%, 51.8% 줄었다. 홈플러스익스프레스도 적자를 면하는 수준에서 버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SM의 실적 부진 요인은 복합적이다. 동네 상권에선 휴일 의무 휴업 규제가 발목을 잡아 식자재마트에 밀렸다. 최근 신선식품 경쟁력을 강화한 편의점에 1인 가구 장보기 수요도 내주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초기 대형마트 대신 SSM으로 소비자들이 몰리며 잠깐 빛을 보기도 했지만 오래가진 못했다. 새벽배송을 앞세운 마켓컬리 등 e커머스 업체를 통해 식료품을 구매하는 문화가 확산하면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에서도 간단한 장보기가 가능해진 데다 새벽배송이라는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소비자들이 집 근처 SSM을 방문할 이유가 없어졌다”며 “골목 상권에선 주말에도 쉬지 않는 식자재마트가 SSM의 대체재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퀵커머스 물류 거점된 SSM‘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한 SSM의 활용 방안을 놓고 유통업체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4개 업체 모두 일단 수익성 확보를 위해 추가 출점을 자제하고, 부진 점포를 정리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SSM 4개사의 점포 수는 1089개다. 3년 만에 150개 점포가 문을 닫았다.
최근에는 SSM을 퀵커머스 물류 거점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떠오르고 있다. GS리테일은 지난달 GS더프레시를 활용한 1시간 내 장보기 서비스 ‘요마트’를 선보였다. 요기요 앱을 통해 주문하면 집 근처 GS더프레시에서 상품을 보내주는 서비스다. 배달의민족이 앞서 선보인 퀵커머스 서비스 ‘B마트’는 도심형물류센터(MFC)를 따로 마련해야 하지만 요마트는 이미 주거 지역에 자리 잡고 있는 GS더프레시를 활용할 수 있어 효율적이라는 게 GS리테일의 설명이다.
롯데슈퍼 역시 매장을 거점으로, 주문한 상품을 한 시간 내 소비자에게 상품을 배송하는 ‘바로배송’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최근 통합 온라인 쇼핑몰 롯데온의 새벽배송 서비스도 중단하고, 롯데마트와 롯데슈퍼의 바로배송에 집중하고 있다.
경쟁력을 잃어가는 SSM을 살리기 위해선 근본적으로 영업시간 제한과 휴일 의무 휴업 등의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영업시간 제한이 풀리면 SSM을 새벽배송 거점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지난해엔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대형유통업체가 운영하는 SSM 매장 중 가맹점은 준대규모 점포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