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찾은 경기 용인 현대리바트 스마트워크센터(SWC) 3층 스마트 공장. 천장에 달린 로봇팔이 회색 합판 한 장을 들어 컨베이어 벨트에 올렸다. 이어 로봇과 자동재단기가 미리 입력된 정보대로 합판을 자르고 구멍을 냈다. 모서리 도색까지 마친 목재 6개는 자동으로 한 박스에 담겨 출고 준비를 마쳤다. 수납장의 크기를 1㎜ 단위로 주문 생산할 수 있는 초(超)맞춤형 인테리어 가구 ‘스페이스코디’의 무인 자동화 공정이다.
장진용 현대리바트 생산운영팀장은 “아시아 최초로 ‘다품종 소량 생산’이 가능한 가구 전용 스마트 공장을 구축했다”고 강조했다. 23종 모듈·120종 색상 조합 가능현대리바트는 국내 가구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도약하는 데 SWC 스마트 공장이 전초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조 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였을 뿐만 아니라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개인 맞춤형 다품종 소량 생산을 실현한 국내 유일의 가구회사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존 맞춤형 가구 시장은 생산 단가가 규격형 가구보다 2배 이상 높고 생산 기간도 2~3배 긴 탓에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했다.
그 신호탄은 현대리바트의 신규 패키지 제품인 스페이스코디가 될 전망이다. 이 패키지는 23종의 모듈과 120여 가지 색상을 소비자의 취향에 따라 조합할 수 있다. 가격도 기존 맞춤형 가구 제품 대비 30% 이상 저렴하다. 내게 꼭 맞는 디자인과 사이즈를 고를 수 있는 커스텀 운동화처럼 가구를 쇼핑하는 길이 열렸다는 평가다.
가구의 크기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예컨대 가로 2500㎜의 벽면에 붙박이장을 설치할 경우 너비 600㎜로 생산된 규격형 가구 3개와 맞춤형으로 생산한 700㎜ 1개를 통해 빈틈없는 시공이 가능하다. 그만큼 심미성과 실용성 모두 우수하다. 기존 규격형 가구는 너비 600㎜의 규격형 가구를 4개 배치하고, 남은 100㎜는 합판을 덧대는 몰딩 작업으로 빈 곳을 메꿔야 했다.
현대리바트는 다음달 리바트토탈 강남·수원 등 전국 150여 개 리바트 집테리어 오프라인 매장에서 스페이스코디를 선보일 계획이다. 신발장, 붙박이장, 수납장 등을 주문할 수 있다. 이어 올해 하반기에는 모든 주방가구 제품으로 스페이스코디의 상품군을 확대한다.
향후 침실, 책상 등 가정용 가구로 전체로 SWC 스마트 공장의 ‘초맞춤형’ 생산방식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이를 통해 현재 10% 수준인 SWC 스마트 공장의 기업과 소비자 거래(B2C) 가구 생산 비중을 2025년까지 5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 공정 간 물류이동 자동화SWC는 현대리바트가 용인공장 유휴 부지에 조성한 첨단 복합 제조·물류 시설이다. 총바닥면적 8만6000㎡, 5층 규모로 건물 3층에 1만7000㎡ 규모의 스마트 공장이, 나머지 층에는 물류센터가 들어섰다. 현대리바트는 2017년부터 SWC 조성 사업에 1475억원을 투입, 지난해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스마트 공장을 가동했다.
SWC 스마트 공장은 독일 시스템 개발업체 및 설비 전문기업과 협업해 ‘스마트 생산 시스템(MES)’을 구축했다. MES는 설계 정보를 입력하면 3차원 설계 도면과 자재 소모량이 자동 산출되고, 네트워크로 연결된 400여 대의 자동화 정밀 생산설비가 작동하는 첨단 제조 시설이다.
SWC 스마트 공장은 목재 재단부터 자재 운반과 모서리 접착, 타공, 완제품 포장 등 모든 공정을 로봇과 자동화 설비로 대체했다. 대부분 자동화 제조 공장은 자동화 공정 사이에 반제품 등 물류를 옮기는 작업만큼은 인력에 의존했으나, SWC 스마트 공장은 공정 간 물류 이동까지 자동화했다. 이는 스마트 공장 종주국인 독일에서도 드물 정도로 고도화 수준이 높다는 평가다.
가구 생산 속도는 기존 현대리바트 용인 2공장보다 5배 이상 빨라졌다. 기존 용인 2공장에선 근로자 100여 명이 연간 주방 가구 5만 세트를 생산했지만, SWC 스마트 공장에선 50여 명의 인력만으로 연간 27만 세트를 생산할 수 있다. 모든 공정을 자동화한 만큼 제품 불량률 역시 ‘제로(0)’에 가깝다.
장 팀장은 “세계 가구 공장 가운데 SWC 수준의 스마트 공장 고도화를 이룬 곳은 독일과 스위스밖에 없다“며 ”대형 건설사 등에서 공장 견학 신청이 이어질 정도로 산업계의 관심도 뜨겁다”고 덧붙였다.
용인=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