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바스키아 스캔들'…2011년 위작 악몽 재연되나

입력 2022-05-31 17:36
수정 2022-06-08 15:12
세계 미술계가 ‘바스키아 스캔들’로 들썩이고 있다. ‘검은 피카소’로 불리는 흑인 화가 장 미셸 바스키아(1960~1988)의 작품이 위작 시비에 휘말리면서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올랜도 미술관에 전시 중인 바스키아 작품 25점에 대해 위작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미국 아트딜러 다니엘 엘리 부아지즈는 바스키아의 위작을 속여 판 혐의로 기소됐다.

유독 바스키아 그림을 놓고 위작 시비가 붙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최근 몇 년간 몸값이 엄청나게 뛰어서다. 지난 12일 미 크리스티 경매에서 바스키아의 작품 ‘인 디스 케이스’(1983)는 9310만달러(약 1010억원)에 낙찰됐다. 바스키아 작품으로 역대 2위를 기록했다. 최고가는 2017년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경매 역사상 최고가인 1200억원에 팔린 ‘무제’(1982)였다. 위작으로 거둘 수 있는 수익이 그만큼 커졌다는 얘기다.

올랜도 미술관은 지난 2월부터 ‘영웅&괴물: 장 미셸 바스키아’라는 타이틀로 바스키아의 그림 25점을 전시하고 있다. 대부분 지난 40년간 공개된 적이 없는 작품이다. 미술관 측은 바스키아가 아트딜러 래리 가고시안의 자택 지하 스튜디오에서 지내던 1982년 말에 그린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미술관 관계자는 “전시 작품은 바스키아가 30년 전 TV시나리오 작가인 새드 멈포드에게 5000달러(약 630만원)에 판 것들”이라며 “멈포드는 이를 자신의 로스앤젤레스 지하 창고에 넣어둔 채 잊고 있다가 창고 보관료를 낼 수 없게 된 2012년 경매 시장에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이 작품들은 할리우드 유명 변호사 등 여러 소장자가 낙찰받았다.

전시가 흥행하며 분위기는 달라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전시 개막 때부터 위작 의혹을 제기했다. 전시작 중 바스키아가 택배업체 페덱스의 포장 박스 위에 그린 작품(사진)이 위작 논란의 핵심이다. 작품 제작 연도는 1983년인데, 해당 포장 박스에 적힌 글씨체는 페덱스가 1994년 이후부터 썼다는 게 근거였다. NYT는 “1994년은 바스키아가 별세한 지 6년 후”라며 “올랜도 미술관의 설명은 현실성 없는 시나리오”라고 비판했다.

FBI가 미술시장을 정조준하는 건 2011년의 ‘위작 악몽’ 때문이기도 하다. 당시 165년 역사를 자랑하는 뇌들러 화랑은 마크 로스코, 잭슨 폴록 등의 명작을 속여 판 게 들통나면서 문을 닫았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되고 존경받는 화랑의 비위는 당시 ‘미술판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불렸다.

FBI는 급성장하고 있는 ‘온라인 미술품 거래’ 시장도 훑고 있다. 바스키아,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뱅크시 등의 위작을 속여 판 혐의로 기소된 다니엘 엘리 부아지즈는 미국 최대 온라인 경매 사이트인 ‘라이브옥셔니어’ 등에서 495달러(약 61만원)에 산 바스키아 그림을 위장 수사 중인 FBI 요원에게 1200만달러(약 148억원)에 팔아 덜미를 잡혔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