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과 교육감, 기초단체장, 광역·기초의원 등 4125명을 선출하는 제8회 지방선거가 오늘 치러진다. 유권자 한 명당 투표용지 7장(국회의원 보궐선거 지역구는 8장)이 주어지는 만큼 후보자들의 이름뿐만 아니라 정책들을 소상하게 파악하는 것도 쉽지 않다. 더욱이 이번에도 퍼주기 공약, 흑색선전이 난무하는 혼탁한 선거로 얼룩졌다. 그러나 지방선거는 주민 실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지역 일꾼을 뽑는다는 점에서 대선, 총선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런 때일수록 유권자들이 분별력을 갖고 귀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이참에 돌아봐야 할 것은 지금의 지방선거제가 유권자들의 선택을 제약하는 요인이 많다는 점이다. 2007년 직선제 도입 때부터 ‘깜깜이’로 불린 교육감 선거부터 그렇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정당 공천이 없어 후보들 성향을 알기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인지도가 높은 현직이 유리해 ‘현역 불패’라는 말까지 생겼다. 보수, 진보 진영별 후보 공약도 엇비슷해 웬만한 관심을 갖지 않으면 옥석을 가리기 쉽지 않다. 초·중·고 학생 자녀가 없다면 교육감 선거에 관심을 가질 이유도 별로 없다. 여론조사에서 수도권 응답자 중 70%가량이 지지하는 교육감 후보가 “없다” 또는 “모르겠다”고 답한 것은 불합리한 교육감 선거의 현주소를 잘 말해준다.
시·도 교육감들은 연간 82조원이 넘는 예산을 주무르고, 57만여 명에 이르는 교사와 교육청 직원 인사권을 가진 막중한 자리인 만큼 선거제도 수술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시·도지사와 러닝메이트로 하거나 대통령 또는 시·도지사가 임명하는 등의 여러 대안들이 이미 나와 있다.
기초의원 선거도 문제다. 373명을 뽑는 서울 구의원의 경우 경쟁률이 1.4 대 1에 불과하고, 무투표 당선인은 30%에 가까운 107명에 달한다. 무투표 당선은 전국적으로도 13%에 이른다. 무투표 당선은 당의 공천만 받으면 끝인 만큼 자질과 정책 검증도 필요 없다. 유권자의 투표권을 일방적으로 박탈하는 것으로, 엉터리 선거의 폐해는 유권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반면 무보수로 시작한 지방의회는 기초의원까지 연봉 수천만원을 받는 ‘꽃공직’이 됐고, 비리도 끊이지 않는다. 무투표 당선자 중 전과자가 30%에 이를 정도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위기로, 이런 선거가 무슨 의미가 있나. 기초의원 폐지 주장까지 나오는 게 무리가 아니다. 이 역시 제도 개혁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