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6월 01일 09:3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교보생명이 약 5년 만에 외화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선다. 작년 사상 첫 원화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데 이은 자본확충이다. IPO(기업공개) 작업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자본성 증권에 더욱 힘을 주는 모습이다.
31일 투자금융(IB) 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이날 달러채 발행을 위해 주관사 맨데이트를 부여했다. 다음주 프라이싱(가격 산정) 단계를 진행해 5억 달러 이상의 금액을 조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씨티글로벌증권과 HSBC, JP모건, 노무라증권이 주관업무를 맡았다.
조달 형태는 글로벌본드(144A/RegS)로 아시아와 유럽, 미국 시장에서 투자자를 모집한다. 해당 채권은 지속가능채권(Sustainability Bond) 형태로 발행된다. 만기는 30년이다.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새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선제적으로 자본확충 부담을 덜기 위한 조치다.
조달하는 자금은 기발행한 달러화 신종자본증권의 조기상환청구권(콜옵션) 행사에 사용될 예정이다. 교보생명은 오는 7월 5억 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청구권 행사 기한이 다가온다.
교보생명의 3월 말 기준 지급여력(RBC)비율은 205.05%로 집계됐다. 금리인상 등으로 채권평가이익이 하락하면서 작년 말보다 61.6%포인트 하락했다. 금융감독원의 권고 수준인 150%를 웃돌고 있지만 넉넉한 수준은 아니다.
교보생명이 외화채를 발행하는 건 지난 2017년 이후 약 5년 만이다. 당시 교보생명은 5억 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면서 최종 발행액의 11배에 달하는 54억 달러의 주문을 받았다. 이듬해인 2018년 10억 달러 규모의 외화채 발행을 추진하다 보류한 바 있다.
교보생명은 신종자본증권을 통한 자본확충과 동시에 기업공개(IPO)를 통해 새 회계기준에 맞춰 자본확충을 꾀하겠다는 전략을 세워뒀다. 이를 위해 지난해 12월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에 상장예심을 청구한 뒤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다만 최대 주주인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어피니티 컨소시엄 간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어 사실상 심사는 보류된 상태다. 양측은 풋옵션(주식을 특정 가격에 팔 권리) 이행 의무를 놓고 수년간 갈등을 벌이고 있다.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신 회장을 상대로 국제상업회의소(ICC)에 중재 신청을 했으며 신 회장 측은 어피니티 컨소시엄 측을 공인회계사법과 부정 청탁,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업계에서는 주주 간 갈등이 일단락되기 전까지는 한국거래소 상장 예비 심사 승인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교보생명 역시 기업공개 시기를 가늠하기 어려운 만큼 국내외에서 영구채 발행을 통한 자본확충을 이어가고 있다는 시각이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말 4700억원 규모의 원화 신종자본증권을 ESG 채권 형태로 발행한 바 있다. 원화 시장에서 처음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이자 지난 2005년 후순위채 이후 약 16년 만에 발행하는 자본성 증권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상장예심 진행 중에 공모 방식으로 영구채가 발행되는 것은 심사 자체에 별다른 문제가 될 사안은 아니다”며 “다만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신주 발행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영구채 발행이 현재로선 유일한 자본확충 수단이 된 모습”이라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