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첫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긴급 민생안정 10대 프로젝트’를 내놨다. ‘생활·밥상물가 안정’ ‘생계비 부담 경감’ ‘중산·서민 주거안정’ 등 세 분야에 걸쳐 10가지 고물가 대응 방안이 망라돼 있다. 돼지고기·식용유·커피 등에 대한 관세 인하와 김치·장류의 부가가치세 면제부터 주택 보유세 경감까지, 전체적으로 세 부담을 줄이려는 노력이 확연하다.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고조되는 지금의 고물가는 해외발(發) 공급 요인에 코로나 이후의 수요 회복이 겹치면서 비롯됐다. 특히 우크라이나전쟁으로 가속화한 글로벌 공급망 이상은 에너지와 식량 가격을 쌍끌이로 폭등시키고 있다. 기형적 고물가는 세계적 현상으로 언제, 어느 선에서 안정될지 출구가 안 보인다. 그런 점에서 수입 식품에 할당관세 제도를 적용한 것은 적절한 대응이다. 유류세 인하가 그렇듯이, 탄력세는 경기 여건에 맞춰 기민하게 운용하려고 도입한 것이다. 학자금 대출이자 동결, 주택금융 일부 완화 같은 조치도 이런 시기에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새겨야 할 것은 물가 대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중·장기 관점에서, 시장친화적 정책을 꾸준히 펴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의 고물가는 해외 요인이 크다. 우리 의지로 어떻게 하기 어렵다. 국제 유가와 곡물가의 거침없는 고공행진을 보면 물가대책은 이번만으로 끝나기 어려울 것이다. 통상마찰이 기술·기업전쟁으로 격화한 미국·중국 간 대립과 새 판이 짜이는 글로벌 공급망의 메가트렌드를 보면 머지않아 근본적 대응책을 내놓아야 할지 모른다.
정부뿐 아니라 가계·기업 등 모든 경제 주체가 허리띠를 죄면서 인내와 지혜로 이 난국을 극복할 수밖에 없다. 물가가 잡히지 않는다고 구청 세무서 등의 ‘완장부대’를 시장통에 내보내고 국세청·공정위를 동원하는 식의 구시대적 가격 감시는 바람직하지도 않거니와 정부 감시에 대한 반발과 내성만 키울 수 있다. 최선의 물가대책은 수입처 다각화 등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다. 밀가루·식용유부터 가스·석유까지 다 그렇다. 우리 경제 곳곳에서 필요한 구조 개혁과 과감한 체질 개선이야말로 고통스러워도 고물가 시대의 궁극 해법이 될 것이다. 도소매 유통사업자를 필두로 민간 공급자들도 사재기나 무리한 반출량 조작 등에서 스스로 탈피하고 고통 분담으로 이 위기를 극복하는 게 자기 이익이라는 사실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