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7.6원 급락, 1230원대로…하반기 1100원대까지 내려가나

입력 2022-05-30 17:42
수정 2022-05-31 09:27
원·달러 환율이 한 달 만에 1230원대로 되돌아왔다. 미국에서 소비자물가가 정점에 달했다는 전망이 커진 데다 중국이 경기 부양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면서 위안화 강세에 따른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3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7원60전 급락한 1238원60전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이 1230원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달 22일(1239원10전) 이후 한 달여 만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2일 1288원60전까지 치솟은 뒤 불과 10일 만에 50원 넘게 빠졌다.

원·달러 환율이 이날 급락한 것은 지난 28일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4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 폭이 둔화하는 등 ‘물가 정점론’이 미국 내에서 강력하게 제기됐기 때문이다. 4월 PCE 물가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6.3% 올랐다. 40년 만의 최대 폭이었던 3월(6.6%)보다 상승 폭이 줄어든 수치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 폭이 둔화한 것은 2020년 11월 이후 약 1년 반 만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통화정책을 펼치는 데 참고하는 주요 지표인 근원 PCE 물가도 4.9%로, 두 달 연속 하락했다. 근원 PCE 물가는 변동성이 높은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지표다.

여기에 중국 당국이 강력한 경기 부양책을 내놓은 것도 원·달러 환율 하락에 힘을 실었다. 상하이, 베이징 등 코로나19로 봉쇄됐던 중국 내 주요 도시는 다음달부터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시행하기로 했다. 달러당 위안화 환율은 이날 장중 한때 6.6위안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통상 위안화가 강세(환율 하락)를 보이면 원화도 강세를 보인다. 코스피도 외국인 순매수를 나타냈다.

시장에서는 미국 내 경기 침체 우려가 제기된 상황에서 물가가 정점에 이르렀다는 근거가 이어지면 원·달러 환율은 하반기 1100원대까지 내려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승혁 NH선물 이코노미스트는 “물가가 정점에 달한 것으로 보이면서 Fed가 예고한 대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없을 것이란 의구심이 시장에 퍼지고 있다”며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지만 올해 하반기에는 1200원을 밑돌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