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산업용 로봇 주문이 급증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극심한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 제조업체들이 로봇에서 해결책을 찾고 있다는 분석이다.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 제조업체들의 산업용 로봇 주문 총액은 16억 달러(약 2조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 늘었다. 이는 업계가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최고 증가율이다.
미국 제조업체들이 로봇 주문을 늘린 것은 노동력 부족과 임금 상승 때문이다. 텍사스주(州) 오스틴에 있는 반도체 장비 등 기계 장비 제조업체인 아테나매뉴팩처링의 존 뉴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거래업체들로부터 주문이 늘고 있지만, 교대근무를 실시할 만한 노동력 확보가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아테나는 최근 18개월간 7개의 로봇을 구입했다.
전통적으로 미국 제조업체 가운데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로봇 활용도가 높았다. 하지만 최근엔 식품과 소비재, 제약 등 다양한 분야에서 로봇을 생산 공정에 투입하고 있다. 2016년 자동차 조립 또는 자동차 부품 생산업계의 산업용 로봇 주문이 전체 주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1%에 달했지만 지난해 42%로 떨어졌다. 이는 기술 발달에 힘입어 로봇의 성능이 개선되고, 다양화됐기 때문이라고 WSJ은 분석했다.
대표적인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인 화낙의 미국법인인 화낙아메리카의 마이클 시코 최고경영자(CEO는 "과거에는 제조업체들이 산업용 로봇 운용이 너무 복잡하거나 비용이 많이 들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산업용 로봇은 훨씬 쉬워졌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로봇을 주문하는 업체의 생산 공정을 분석한 뒤 이에 맞는 로봇을 제작했지만 최근엔 업체들의 다양한 요구에 맞는 로봇들이 개발, 출시되고 있다. 아테나가 최근 배치한 로봇 대부분은 별도의 특수주문 제작 로봇이 아닌 기성 로봇이다. 주문한 뒤 수 주 내에 배송된다.
일각에선 산업용 로봇이 일자리를 파괴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대런 애쓰모글루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 교수는 "제조업체들의 로봇 활용도가 높아지면 노동력 과잉 공급과 임금 삭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산업용 로봇 확산은 결국 일자리를 파괴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