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잡앤조이=소설희 쏘왓 대표] 이모티콘을 팔아 억단위 수익을 벌었다는 이야기나 유튜브 채널이나 블로그를 운영하며 몇만 구독자를 달성하는 일, 쇼핑몰을 운영해 수천만원 이익을 봤다는 사연 모두 내 이야기가 될 것만 같다. 대부분 이런 꿈을 안고 창업을 시작한다. 분명 새롭게 사업을 시작한 이들의 80%가 2년을 넘기지 못하고 사업을 접는다는데 그런 실패담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 실패담은 나와는 관련 없는 이야기다. 왜냐하면 난 반드시 성공할 거니까.
하지만 누군가 “그러다가 실패하면 어떡해?” 라고 물으면 처음부터 실패하지 않기 위해 치밀하게 작전을 짜고 있다는 것을 어필하기도 한다. 때로는 시간과 노력을 넘어 가지고 있는 전재산을 투입하기도 한다. 사업을 시작하는 모두가 이렇게까지 투자 하는데 실패한다는건 말도 안된다고 확신한다.
공포의 Death Valley, 이제 하강을 시작합니다
성공에 대한 의지가 충만하다 해서 모두에게 찾아오는 창업 데스밸리를 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데스밸리(Death Valley)란 초기 창업자가 자금 유치 실패 등 여러 이유로 사업화에 어려움을 겪는 구간을 말한다. 기대감이 크게 꺾일수록 반드시 성공할거라 믿었던 자신감도 비례하게 하락하고 자신감이 떨어지면 새로운 시도나 기존의 시도를 버틸 힘이 부족해진다. 이렇게 상당수의 창업자들은 데스밸리에서 사업의 존폐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사업을 위해 모아 두었던 자금이 바닥을 보이면 기대감을 안고 거창하게 시도했던 이전 투자에 비해 저절로 초라해 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마음이 피폐해져 간다. 자신감 없는 마음, 여유롭지 않은 자금 사정으로 인해 건강 관리도 소홀해진다. 다른 이들은 처음부터 성과를 이루는 것 같아 보이는데 왜 나에게는 그런 행운이 찾아오지 않는지에 대한 생각에 빠지곤 한다. 이렇게 괴로운 데스밸리를 지나고 있노라면 창업자는 두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사업에 대한 의지보다 성공에 대한 의지가 더 강했던 경우, 사업을 접고 취업을 택하는 것으로 타협한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자존감이 떨어지는 시기를 ‘존버’ 하는 것이다.
필자는 후자의 케이스였다. 비록 여전히 데스밸리를 지나고 있지만 그래도 매우 순조롭게만 사업을 한 것처럼 보이는 나 역시 2-3년의 인고의 시간이 있었다. 창업을 해본 사람만이 공감할 수 있는 ‘이 시기’를 버티는 마음가짐, 마인드 컨트롤에 대한 이야기를 이제 시작해 볼까 한다.
한번에 잘 되는 사업은 없다
4년간 사업을 진행하며 느낀 것이 있다. 사업이 잘되기 위해서는 유행을 안타거나 언제든 유행에 잘 올라탈 수 있는 아이템 + 높은 퀄리티 혹은 낮은 가격 + 탄탄한 코어 팬
이라는 삼박자가 맞아야 함을 깨달았다. 아이템과 퀄리티는 스스로의 노력으로 만들어 낼 수 있지만 내 사업을 응원해주는 탄탄한 코어 팬을 쌓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뛰어난 마케팅 실력을 갖추고 있다 해도 내가 판매하는 아이템을 전적으로 지지해 주기까지 소비자들에게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담이지만 사업 초기에 큰 자금을 투자했음에도 사업이 성공하기 어려운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박을 터뜨리기 위해 콩주머니 100개를 던져야 하는데 겨우 1개 정통했다고 박이 터질리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작게 시작하자
주변에 처음부터 사업을 안정적으로 끌고 가는 분들을 관찰한 결과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그들은 ①처음부터 큰 기대를 하지 않고 ②너무 거창하지 않으며 ③한번의 시도에 사활을 걸지 않는다.
① 처음부터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성공한 이들은 크라우드 펀딩으로 제품을 판매한다고 치자. 그들은 간혹 보게 되는 수 천만원에서 억대까지 성공한 펀딩 사례들을 보며 나도 이렇게 되길 기대하지 않는다. 심지어 이 펀딩으로 200만원은 성사 되겠지 하는 작은 기대조차 하지 않는다. 그들은 내 제품에 아무리 자신이 있어도 단지 누군가 한명이라도 내 제품을 선택해 주었다는 것에 감사해 한다.
② 너무 거창하지 않다.
혹여 내 사업에 오프라인 판매가 반드시 필요하다면 무엇을 선택하는 것이 옳을까. 무리한 월세를 감당해야 하지만 몫이 아주 좋은 곳의 매장? 열심히 발품 팔아 적당히 괜찮은 위치에 월세가 저렴한 곳? 만약 나라면 우선은 참가비 3만원으로 꽤 흥행하는 플리마켓에 자주 참여하여 오프라인 코어팬을 늘려가다가 확신이 드는 위치에 매장을 낼 것 같다. 혹은 이미 좋은 자리에 오프라인 매장을 보유한 편집숍과 계약을 통해 귀퉁이 한 켠에 자리잡는 것도 좋다. 안정적으로 사업을 이끌어 가는 사람들은 이렇게 거창하지 않아도 최선의 효과를 낼 만한 아이디어를 선택한다.
③ 한번의 시도에 사활을 걸지 않는다.
간혹 ‘이번 프로젝트가 안되면 나는 끝이야’, ‘이번이 마지막’ 이라는 말은 사업을 하면서 주변에서 많이 듣는 말이다. 하지만 세상일이 내 마음대로 됐다면 이런 글을 쓰지 않아도 성공하지 않았을까. 안정적으로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매 시도마다 사활을 걸지 않는다.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되겠지. 이번에 잘 되지 않더라도 언젠가 결실을 맺겠지. 라는 생각으로 모든 일에 임한다.
마지막으로…
사업을 하면서 안정적인 사업의 핵심은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가벼운 마음이라는 걸 알게 됐다. 사업이 잘 되길 바라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최선을 다해 해야 할 일들을 하지만 그와 비례하게 마음속 기대감도 올라가 모든 것에 기대하고 실망하는 일을 반복한다. 모든 일에 일희일비 하지 않으려면 기쁨의 순간에도 좌절의 순간에도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여기며 묵묵히 할 일을 하는 것이 롱런의 비결이 아닐까. 하나 덧붙이자면 마음과 함께 체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산책과 달리기를 병행하면서 사업 아이디어를 얻는 내 경험의 산물이다. 몸과 마음을 가다듬자. 그리고 사업을 즐겨보자.
소설희 씨는 패션디자이너를 꿈꾸며 의류학을 전공했으며 아동복 브랜드의 개발실에서 옷의 기획부터 개발 생산까지 실무를 익혔다. 현재는 환경을 생각한 패션브랜드 쏘왓을 운영하며 지구와 공생할 수 있는 패션을 창작하고 있다.
<한경잡앤조이에서 '텍스트 브이로거'를 추가 모집합니다>
코로나19로 단절된 현재를 살아가는 직장人, 스타트업人들의 직무와 일상에 연관된 글을 쓰실 텍스트 브이로거를 모십니다. ‘무료한 일상 속에서 느꼈던 감사한 하루’, ‘일당백이 되어야 하는 스타트업에서의 치열한 몸부림’, ‘코로나19 격리일지’, ‘솔로 탈출기’ 등 다양한 주제를 통해 직접 경험한 사례나 공유하고픈 소소한 일상을 글로 풀어내시면 됩니다. 자세한 사항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텍스트 브이로거 자세한 사항은 여기 클릭!>
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