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기사들이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교육받는 시간에 대해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여객자동차법에 따른 운수 종사자 보수교육이기 때문에 근로시간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관련 법령과 노사 합의 내용, 교육 목적, 법적 의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교육시간의 근로시간 인정 여부를 따져야 한다는 기준도 제시했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A씨 등 시내버스 기사 17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버스 기사들의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 등은 지자체 교통연수원이 시행하는 운수 종사자 수시·보수교육을 연간 1회, 4시간씩 받아왔다. 이 교육은 여객자동차법 시행규칙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버스회사는 운전자 보수교육 시간이 사용자 지휘·감독을 받는 근로시간이 아니라며 ‘무급’으로 처리했다.
버스 기사들은 임금 차액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1심부터 대법까지 모두 기사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여객자동차법 시행규칙 등 관련 법령에 따라 버스 기사 같은 운수 종사자는 관계기관의 지시에 의한 교육을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이 교육은 회사가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며 “운전자 보수교육은 회사의 지휘·감독에 의해 이뤄지는 것으로, 근로시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노동자가 직무와 관련한 법령이나 단체협약·취업규칙 등 규정, 사용자의 지시에 따라 정해진 근로시간 외에 교육받는 경우 그 교육시간이 근로시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기준도 처음 제시했다. 재판부는 △관련 법령 또는 단체협약·취업규칙 등의 내용과 취지 △교육의 목적 및 근로 제공과의 관련성 △교육의 주체 △사용자에게 교육을 용인할 법적 의무 유무 △노동자의 귀책사유 때문에 교육한 것인지 여부 △노동자가 교육을 이수하지 않았을 때 받을 불이익과 그 정도 등을 따져야 한다고 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