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가 반도체 공급난 여파를 딛고 첫 전기 픽업트럭인 ‘F-150 라이트닝’을 고객에게 인도하기 시작했다. 사전예약만 20만 건을 달성한 ‘베스트셀링 카’인 터라 이 차량에 적용되는 SK온의 배터리 생산 규모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포드는 지난달 F-150 라이트닝 생산을 시작해 최근 미국 대리점에 차량을 공급했다. 거리가 먼 마트에서 생필품을 구매하는 생활 방식이 일반적인 미국에서 픽업트럭은 필수 차량으로 꼽힌다. 지난해 미국 자동차 판매량 1~3위가 모두 픽업트럭일 정도다. ‘픽업트럭의 명가’인 포드의 F-150은 이 중에서도 미국 픽업트럭을 대표하는 차량이다. 포드는 생산 일정을 고려해 사전예약이 20만 대에 이르자 예약을 중단했다. 이미 내년 생산량까지 모두 마감됐다.
증권업계에서는 F-150 라이트닝의 월간 생산대수가 포드 주가의 향방을 좌우할 핵심 요인으로 보고 있다. 차량 생산량이 본궤도 오르면 SK온의 미국 사업도 탄력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SK온은 지난 1월부터 가동한 미국 조지아주 1공장에서 생산하는 ‘NCM9’ 배터리를 F-150에 공급한다. 니켈·코발트·망간 삼원계로 이뤄졌으며, 니켈 함량이 90% 이상인 ‘하이니켈’ 배터리다. SK온은 기본 트림(세부 모델)에 98㎾h, 롱레인지 트림에는 131㎾h 배터리를 납품한다. 사전예약받은 20만 대가 모두 생산되면 SK온은 19.6~26.2GWh 규모 배터리를 공급하게 된다.
포드는 올해 F-150 4만 대를 공급하고 내년 말까지 연간 15만 대를 생산할 계획이다. SK온의 조지아주 1공장의 연 생산 규모는 9.8GWh인데, 올해 생산량의 절반 이상이 한 차량에 공급되는 셈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SK온의 1분기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은 6.3GWh였다. 업계 관계자는 “픽업트럭은 이윤이 많이 남는 차량이어서 포드도 집중적으로 생산할 것”이라며 “배터리 3사 중 아직 흑자 전환하지 못한 SK온으로서는 F-150 판매량이 기대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올 1분기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SK온 점유율은 6.6%로 지난해 5.3%보다 1.3%포인트 상승했다.
김형규/박한신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