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 기술주 거품 빠지기 시작…유동성 높은 자산으로 대피해야"

입력 2022-05-27 17:37
수정 2022-05-28 00:33
“비상장 기술주들의 거품이 꺼지기 시작했다. 벤처캐피털(VC)이나 사모펀드가 이를 반영해 자산 가치를 재평가하기 시작하면 시장은 조만간 패닉에 빠질 것이다.”

오하드 토포 TCK인베스트먼트 회장(사진)은 27일 서울 광화문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이스라엘 출신 투자자인 토포 회장이 2012년 설립한 TCK인베스트먼트는 서울과 영국 런던을 거점으로 둔 투자자문사다. 초고액 자산가, 패밀리 오피스, 법인 등의 자산을 관리해준다. 최소 투자금액은 2000만달러(약 223억원)다. 고객 가운데 절반 이상이 기업 창업주와 대주주, 오너 경영인 등이다.

토포 회장은 비상장 기술주의 거품이 크게 부풀어 있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는 “양적완화로 인해 자금이 풍부해졌고 당장 돈을 못 버는 기술주에 너무 많은 자금이 몰렸다”며 “해당 기업 직원들이 스톡옵션을 받아 대도시 아파트를 사면서 부동산 거품을 키운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들 기술주의 거품이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으로 꺼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공모시장은 이미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는 게 토포 회장의 분석이다. 작년 고점 대비 주가가 80~90% 떨어진 펠로톤, 로빈후드, 코인베이스 등의 기업을 예로 들었다.

더 큰 문제는 사모시장에 있다고 했다. 토포 회장은 “매일 시장에서 가치가 매겨지는 상장 기술주와 달리 비상장주는 회사를 매각하거나 출자할 때 비로소 가치 평가가 이뤄진다”며 “비상장 기술주의 실제 가치는 급락하고 있는데 VC나 사모펀드는 아직 현실을 반영한 기준가를 받아보지 못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VC들이 투자한 자산 포트폴리오 가치는 48.1% 하락한 상태”라며 “비상장 기술주에 대한 뒤늦은 가치 재평가 여파는 더 큰 자산인 부동산 등으로 전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다면 투자를 멈추고 현금을 들고 있어야 할까. 토포 회장은 이에 대해 “노(no)”라고 단호히 답했다. 인플레이션 상승 시대에 현금을 갖고 있는 건 앉아서 손해 보는 것과 같다는 이유에서다.

자산 가격 하락이 전망되는 시점엔 상장주식 등 유동성이 높은 자산을 들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60%의 확률로 경기침체가 온다는 얘긴 뒤집어 말하면 40%는 반등할 수도 있다는 뜻”이라며 “상장주식 등 유동성이 높은 자산을 들고 있어야 향후 시장 조정이 큰 폭으로 이뤄질 때도 재빨리 더 저평가된 자산으로 갈아타 수익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주식 투자, 구체적으론 S&P500지수 등 인덱스와 연계된 투자를 추천했다. 미국 경제 성장률은 한국 등 다른 나라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기업 이익률도 30년 내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토포 회장은 “1970~1980년대 인플레이션 기간에도 S&P500지수는 높은 수익률을 안겨줬다”며 “여러 분야에 분산 투자해 변동성을 줄여야 수익을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