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에서 강한승 쿠팡 사장(사진)의 ‘황금 인맥’이 화제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과는 사법연수원 23기 동기로 ‘호형호제’하는 사이다. 한덕수 국무총리와는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지난 22일 한·미 정상회담 만찬에 5대 그룹 회장과 나란히 참석해 주목받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한 경제계 관계자는 “쿠팡은 미국 자본이 투입된 한국 기업이라는 독특한 특성을 갖고 있다”며 “한국에 본사를 둔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는 점도 감안돼 미국 측에서 초청 명단에 넣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27일 말했다. 매년 쌓여가는 영업적자로 인해 한때 “조만간 망할 것”이란 악평에 시달려야 했던 걸 감안하면 위상이 크게 달라진 것이다.
‘유통업계의 이단아’ 취급을 받던 쿠팡이 한국을 대표하는 간판 기업으로 부상한 시점은 법조인 출신인 강 사장이 기업 최고경영자(CEO)로 전업한 때와 대략 일치한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에서 근무하던 강 사장은 2020년 11월 쿠팡의 전문경영인으로 선임됐다.
그의 최대 장점으로는 폭넓은 경험이 꼽힌다. 강 사장은 판사로 사회에 첫발을 디딘 뒤 법원행정처, 국회 파견법관, 주미대사관 사법협력관을 거쳤다. 이명박 정부 때는 청와대에서 법무비서관까지 지냈다.
부친인 고(故) 강신옥 국회의원은 국내 대표적인 인권 변호사였다. 강 사장은 “어렸을 적에 언론인들이 수시로 집을 드나들었고, 다양한 곳에서 일하다 보니 새로운 것을 배우고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고 주변에 얘기한다. 경제계 인사들은 “강 사장은 각계 인사들에게 쿠팡의 잠재력을 설득력 있게 잘 설명한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 법원을 말하다》라는 책을 썼을 정도로 미국 사회에도 밝다. 김앤장 변호사 시절 구글, 애플, 넷플릭스 등 글로벌 기업들이 연관된 다수의 소송에도 관여했다. 외국인 임직원이 상당수인 쿠팡의 문화에 강 사장의 이 같은 이력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 사장을 만나본 사람들은 남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그의 태도에 놀란다. ‘경청의 리더십’은 직원 수 6만6000여 명의 쿠팡을 이끄는 데 십분 발휘되고 있다.
물류센터 근로자 등 쿠팡의 ‘블루칼라’ 직원들을 위해 맞춤형 건강검진을 도입한 것도 강 사장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그는 지난해 경기 이천 물류센터 화재 당시 일부 임직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순직 소방관의 장례에 참석하기도 했다.
강 사장은 직원들에게 “수평적인 조직 문화 육성과 함께 리더도 문제를 끝까지 파고드는 딥다이브(deep dive)를 경영의 원칙으로 삼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쿠팡이 숱한 악재에도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약 22조원)을 기록하는 등 순항하고 있는 것은 강 사장의 안정적 조직 운영이 뒷받침된 덕분이라는 게 유통업계의 평가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