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부터 27일까지 대구에서 2022 세계가스총회(WGC)가 열렸습니다. 참가한 전 세계 에너지 기업만 460여개사에 달합니다.
이번 총회에 관심이 높았던 이유는 천연가스가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가교 에너지원(bridge fuel)으로 최근 급부상했기 때문입니다.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야 합니다.
하지만 석탄 등 화석연료 발전 비중이 높은 국가들은 단번에 재생에너지로 에너지원을 전환시키기가 어렵습니다. 날씨 등 외부요인에 따라 발전량이 크게 달라지는 재생에너지에만 의존했다가는 기업이나 시민들이 정상적인 삶을 이어가기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도 기후적, 지리적 이유로 기존 화석연료를 100% 재생에너지로 대체할 수 없는 국가 중 하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 화석연료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은 천연가스를 중간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는 포집하는 방법이 가장 현실적인 탄소중립 이행방안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SK그룹의 에너지 계열사 SK E&S도 세계가스총회에 참여했습니다.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US) △그린 LNG △청정수소 △재생에너지 등을 주제로 부스를 꾸몄습니다.
현장에서 기자와 만난 추형욱 SK E&S 사장은 "부스를 꾸밀 때 친환경 이미지를 가장 신경썼고요, 그리고 현실적인 탄소중립 방안을 컨텐츠에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플러그파워의 젠드라이브(GenDrive) 1000도 실물로 전시했고요.
호주 최대 에너지 기업인 산토스와 CCS, 천연가스, 청정수소 분야 협업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습니다. 호주 가스전에서 천연가스를 생산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해상 CCS 플랜트에 영구 저장하는 방식으로 저탄소 LNG를 생산할 계획입니다.<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LNG를 사용할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서 제거하려면 땅 속에 묻어야하는데 우리나라는 묻을 데가 없어요. 그래서 호주에 묻기로 산토스와 3월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습니다.
그런데 이산화탄소는 폐기물이기 때문에 런던의정서에 따르면 국가간 이송이 안돼요. 대신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을 하기 위한 국가간 탄소 이동은 가능하도록 런던의정서 수정안이 발의됐습니다. 지금 호주쪽 재가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지난 25일 추형욱 SK E&S 사장
국내 기업뿐 아니라 쉘, 엑슨모빌, BP 등 글로벌 에너지 공룡들도 모두 부스를 차렸습니다.
최근 천연가스의 몸값이 올라간 데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한 몫 합니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천연가스 수출국 중 하나입니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천연가스 공급 불안 문제도 가중되고 있습니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JKM LNG 선물(6월물) 가격은 지난 25일 100만BTU(열량단위)당 22.2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5월(9달러) 대비 133% 상승한 수치입니다.
이번 세계가스총회에서 '글로벌 에너지원 혼합의 필요성과 다양성'이라는 주제로 열린 컨퍼런스에서 연사로 나선 페드로 미라스 살라망카 세계석유총회(WPC) 사무총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최악의 시점에 발생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탄소중립이 가속화될수록 천연가스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는데, 하필 천연가스 비축량이 지난 5년대비 비축량이 17%에 불과한 지금 전쟁이 터졌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해결책으로 수송·저장 인프라 다각화를 꼽았습니다. 마크 브라운슈타인 환경보호기금(EDF) 수석부회장은 "이제는 러시아가 아닌 다른 공급원을 찾아야 할 때"라고 말했습니다.
독일 유니퍼의 액셀 비트펠트 최고경영자(CEO)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가스 공급이 정치적 의제로 설정됐고 유럽 등 많은 국가들이 가격 인상 등의 영향을 받고 있다"며 "미래에는 가스의 원천을 다각화하는 점도 중요한 역할을 차지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