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깃집에서 '환불 갑질'한 목사 모녀 재판…"사과는 아직"

입력 2022-05-27 18:19
수정 2022-05-27 18:20

지난해 5월 경기 양주시 옥정신도시 고깃집에서 옆 테이블에 다른 손님을 앉혔다는 이유로 행패를 부린 모녀에게 검찰이 벌금형을 구형했다.

지난 25일 의정부지법 형사5단독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공갈미수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목사 A 씨에 대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또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딸 B 씨에 대해서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날 A 씨는 최후 진술에서 "나는 엄중히 처벌받아도 되지만 나의 딸은 아직 어리다. 선처해달라"면서 눈물을 흘린 것으로 알려졌다.

딸 B 씨 역시 "이 사건으로 너무 힘들어서 양주에서 인천으로 이사 갔다"면서 "요즘 배달의 민족에서 벌점 1점을 주는 등 악평해도 괜찮은데, 굳이 공론화해서 갑질이라고 보도한 것은 너무하다"며 울면서 진술했다.

모녀는 재판장이 피해자와 합의했는지, 사과했는지 등에 질문을 하자 노력 중이라는 취지로 답변했다.

하지만 피해자인 고깃집 점주 C씨는 보배드림 게시판을 통해 "여태껏 가해자가 사과나 합의를 하려고 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C씨는 "사과 한 번 제대로 받지 못했는데 조용히 합의한 거 아니냐는 오해가 있을까 봐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면서 "첫 게시물에서도 밝혔듯이 합의는 안 한다. 우리 부부의 목표는 돈이 아닌 처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재판을 참관하고 나서 든 생각은 '악어의 눈물'이었다. 반성한다면서 모든 비판 댓글에 고소를 남발하고 심지어 우리 부부도 고소 고발했으면서 무엇을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황당해했다.

한편, 모녀는 지난해 5월 26일 오후 7시께 옥정동 고깃집에서 3만2000원짜리 메뉴를 시켜 먹은 뒤 '옆에 노인들이 앉아 불쾌했다'는 이유로 "이 식당은 방역 수칙을 위반했다. 신고하면 벌금 300만원이다"라고 말했다.

A 씨는 점주에게 "돈 내놔. 너 서방 바꿔. 너 과부야? 가만두지 않을 거야" 등의 협박성 발언을 했고, "X 주고 뺨 맞는다"는 등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

딸 B 씨도 전화를 걸어 "영수증 내놔라. 남자 바꿔라. 신랑 바꿔라. 내 신랑이랑 찾아간다"고 폭언했다. B씨는 네이버로 식당 방문 연쇄 예약, 별점 테러 등 사이버 공격을 가하기도 했다.

모녀의 폭언과 욕설은 고스란히 녹취돼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공개돼 파장을 일으켰다.

모녀는 피해 고깃집에 대해 '감염병 관리법 위반했다'면서 시에 신고했으나 시 위생부서 관계자는 "방역 수칙을 준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해당 고깃집에 대한 피해 사실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지자 '4년간 성실하고 친절하게 장사한 집이다, 돈으로 혼내주자'면서 전국 각지에서 격려의 메시지와 손님들이 줄을 이었다.

고깃집 운영 부부는 후원금 70만원과 함께 300만원의 사비를 보태 지난 6월 양주시 장애인종합복지관에 370만1000원을 전달했다.

김현덕 한경닷컴 기자 khd998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