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그날'인데 '그거' 있어?"
매달 여성들은 '볼드모트'를 만난다. 월경은 <해리포터> 시리즈 속 '이름을 불러서는 안 되는' 악당처럼 온다. 개인차가 있지만 여성은 평균적으로 10대 중반부터 약 35년간 매달 월경을 한다. 그런데도 월경을 말하는 건 금기시된다. 생리, 대자연, 마법, 멘스···. 대체어도 많다. 어쩌다 아이돌 가수가 월경을 언급하면 큰 일이라도 난 것처럼 유난을 떤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바꿔보자고 만든 날이 있다. 바로 오늘이다. 5월 28일은 '세계 월경의 날'이다. 2013년 독일의 비영리단체 ‘워시 유나이티드(WASH United)’가 월경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지정한 기념일이다. 여성 신체에 대한 이해와 자기 긍정을 위해서는 월경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봤다. 여성의 평균 월경 기간인 5일과 평균 월경 주기인 28일을 의미를 담아 날을 골랐다.
세계 월경의 날을 맞아 월경과 여성의 몸에 대한 올해 신간 3편을 소개한다.
저자 마르탱 뱅클레르는 20년 넘게 프랑스에서 여성들을 진료해온 의사다. 여성의 자기 결정권과 자유를 중심에 두고 여성의 건강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준다. '질 세정제를 쓰는 게 좋을까요?' '산부인과 병원은 어떻게 고를까요?' '여성의 몸은 남성보다 더 약하고 자주 아프나요?' 월경뿐 아니라 피임, 임신, 완경 등 전 생애에 걸친 질문에 답한다.
몇 년 전만 해도 월경대 광고에는 붉은 색 대신 파란 색 액체가 등장했다. 월경혈 흡수력을 뽐내기 위해 연출한 장면인데도 월경혈을 떠올리지 않을 만한 색상을 택했다. 일회용 월경대, 탐폰, 월경컵 등 다양한 월경용품의 등장은 여성의 활동 영역을 넓히는 데 공헌했다. 월경용품의 역사는 그래서 여성의 몸과 사회적 지위에 대한 역사다. <생리용품의 사회사>는 월경용품을 둘러싼 사회적 인식과 그 변화를 짚어본다.
"질 세정제는 담배처럼 백해무익하다." 30년 넘게 산부인과 전문의로 일해온 저자의 말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음식, 속옷, 윤활제, 질 세정제 등 여성의 건강과 관련된 조언을 아낌 없이 들려준다.
올해 이전에 출간된 월경 관련 책도 살펴볼 만하다. <이것은 나의 피>(엘리즈 티에보 지음, 클), 말하는 몸 1·2권(박선영·유지영 지음, 문학동네) <월경의 정치학>(박이은실 지음, 동녘) 등이다. <생리를 시작한 너에게>(유미 스타인스·멜리사 캉 지음, 제니 래섬 그림, 다산어린이) <소녀X몸 건강 교과서>(윤정원·김민지 지음, 홍화정 그림, 우리 학교) 등 성교육을 위한 책도 있다.
이 참에 월경을 소재로 삼은 문학 작품도 읽어보면 어떨까. 예컨대 정보라 작가의 <저주토끼>에 수록된 단편소설 '몸하다'가 있다. 이 소설 속 주인공은 월경이 멈추지 않더니 남성과의 결합 없이 갑자기 임신을 한다. 임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출산 후를 대비해 '아버지'가 요구되는 상황을 그려낸다. 소설을 읽다보면 '정상적 출산과 가족이란 무엇인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천운영의 <바늘>에 실린 단편소설 '월경' 역시 여성의 신체를 대비하면서 여성성이라는 경계에 대해 질문한다. 월경(月經)을 통한 월경(越境)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