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실망스러운 작품" vs "가장 인간적인 결론"
26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세계 최초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브로커'가 베일을 벗었다. 관객의 반응을 뜨거웠지만, 평단의 반응은 엇갈렸다.
올해 칸 영화제에 초청된 한국 영화중 가장 뜨거운 기대를 모았던 이번 영화의 크레딧이 올라가자 12분간의 기립박수가 나왔다. 지난 23일 공개된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 때의 8분보다 더 긴 박수갈채다.
'브로커'는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이들의 예기치 못한 특별한 여정을 그린 영화다. 칸 영화제에서 '어느 가족'(2018)으로 최고 영예에 해당되는 황금종려상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로는 심사위원상을 받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번째 한국 영화 연출작으로, CJ ENM이 투자.배급을 맡았다.
많은 기대를 모았던 '브로커'는 그간 보여줬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가족'이라는 주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평이다. 영화는 베이비박스 앞에 아들 우성을 두고 가는 엄마 소영(아이유 분)의 이야기로 시작해 고레에다 감독이 그간 다뤄온 '유사 가족'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우성을 몰래 데려온 상현(송강호 분)과 동수(강동원 분)은 다음날 소영이 다시 아기를 찾으러 오자 자신들이 브로커라는 사실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소영과 함께 우성의 새로운 부모를 찾아나서는 여정을 시작한다. '유사가족'이라는 사회문제를 다뤘지만 깊이감은 부족하다는 평이다.
'브로커'에 평점 5점 만점에 2점을 부여한 영국 일간 가디언은 "근본적으로 어리석고, 지칠 정도로 얕다"고 했다.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에서는 5점 만점을 줬던 것과 극명하게 대비됐다. 가디언은 특히 버려진 아이를 판매하는 브로커 캐릭터에 대해 "현실 세계에서 이런 사기를 치는 사람들은 소름 끼치고 혐오스러운 사람들일 것"이라며 "영화는 이들을 그저 사랑스럽고 결점 있는 남자로 묘사한다"고 비판했다. 데일리 텔레그래프도 "올해 칸영화제 경쟁 부문의가장 실망스러운 작품일 수 있다"는 평가와 함께 평점 2점을 매겼다.
데드라인은 "고레에다 감독은 '브로커'에서 날카로운 사회 관찰과 노골적인 감상주의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걷는다"며 "깊은 영화는 아닐지라도 인간의 나약함, 정서의 탄력성, 광범위한 기질 등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는 영화"라고 표현했다. 미국 버라이어티는 "'브로커'는 관객이 아이를 사고파는 일에 관련된 거의 모든 사람에게 공감하고, 가장 인간적인 결론까지 따라가게 만든다"고 호평했다.
칸 영화제는 28일 막을 내린다. 한국 영화로는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가 경쟁부문 후보에 올랐다.
방준식 기자 silv00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