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년간 450조원 규모의 대대적인 투자 계획에 대해 “숫자는 모르겠고 (중요치 않고) 그냥 목숨 걸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중소기업인 대회에 참석하기 전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앞만 보고 가겠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 부회장이 450조원 투자 계획을 발표한 뒤 언론에 관련 언급을 한 것은 처음이다. 이 부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이번 대규모 투자를 통해 이번 투자로 미래 산업 기반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삼성의 기업 경쟁력도 추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은 24일 ‘역동적 혁신성장을 위한 삼성의 미래 준비’라는 발표를 통해 향후 5년간 450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는 삼성이 지난 5년간 투자한 330조원 대비 120조원 늘어난 것이으로, 연평균 투자 규모를 기존에 비해 30% 이상 늘린 수치다. 삼성은 이번 투자를 통해 메모리반도체 초격차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 시스템반도체 시장 내 영향력을 키우고 바이오, 인공지능(AI), 6세대(6G) 통신 등 미래 먹거리를 마련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8월 가석방으로 풀려나기 전까지 7개월의 수감 기간 동안 대만 TSMC와 인텔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 소식을 들을 때마다 절치부심한 것으로 알려졌다.치열한 반도체 선두 다툼 속에서 삼성만 뒤처져 있다는 경고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의 미래 성장동력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뼈아프게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후발주자로서 TSMC 등을 넘어서기 위해 총수부터 직원까지 결결연한 의지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삼성그룹은 대규모 투자금액의 상당부분을 반도체에 쏟아부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의 TSMC를 뛰어넘어 2030년까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시장 1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특히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삼성전자의 3㎚(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미세공정 라인에서 생산된 최첨단 반도체 양산을 기다리고 있는 만큼 TSMC보다 앞서 제품을 시장에 내놔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쇼티지(공급 부족) 사태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생산라인을 최대한 빨리 확보해 고객사들을 뺏기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인엽/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