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쏘아올린 ‘586(50대·1980년대 학번·1960년대생) 용퇴론’의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강성 지지층뿐 아니라 당 일부 의원도 “틀린 자세와 방식”이라는 의견을 내놓으며 불편함을 드러냈다. 쇄신파 의원들은 “사과할 건 제때 사과해야 한다”며 박 위원장을 옹호했다.
박 위원장과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26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선거 집중유세에 함께 참여할 계획이었지만, 당일 오전 이를 취소했다. 한 관계자는 “선거 승리 의지를 대대적으로 결집하는 자리에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지도부가 나서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 캠프 등의 의사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 내에선 당 쇄신안을 제기한 박 위원장의 최근 발언을 두고 여전히 의견이 팽팽하게 갈린다.
일각에선 선거를 코앞에 두고 586 용퇴론을 들고 나와 내부 갈등만 심화시켰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메시지가 틀렸다는 게 아니라 왜 선거를 코앞에 두고 뛰는 선수들 기운 빠지게 저런 얘길 하느냐”고 지적했다. 강경파 김용민 의원은 SNS에 박 위원장을 겨냥해 “사과로 선거를 이기지 못한다”며 “새로운 약속보다 이미 한 약속을 지키는 게 더 좋은 전략”이라고 썼다.
반면 박 위원장이 현재 민주당이 처한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꼬집었다는 평가도 많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의원들이 생계형 정치를 하느라 몸을 사리는 경우가 많다”며 “권리당원과 당 주류에 반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박 위원장이 가려운 부분을 긁어줬다”고 말했다. 일부 쇄신파 의원은 박 위원장을 옹호했다. 박용진 의원은 25일 페이스북에 ‘박지현 비대위원장의 옆에 함께 서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데 이어, 이날 한 인터뷰에서도 “박 위원장의 사과 때문에 당의 선거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사과하게 만든 당의 현실 때문에 선거가 힘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정성호 의원도 페이스북에 “2000만 명이 넘는 국민이 촛불을 들어 만들어준 정권을 5년 만에 검찰정권에 넘겨준 민주당이 국민 앞에 반성과 사과를 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아직도 부족하다”고 썼다. 이날 트위터에는 ‘#박지현을_지키자’는 내용이 담긴 게시물이 1만 개 넘게 올라왔다. 이 같은 움직임은 앞서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과 SNS에서 강성 지지층의 사퇴 요구가 거세지자 맞불 성격으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선거를 앞두고 당 지도부의 갈등이 수면 위로 부각되자 중진 의원들이 이날 뒤늦게 두 위원장 간 중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