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의료업 경계 완화…약사도 링거 놓는다

입력 2022-05-26 17:49
수정 2022-05-27 01:58
일본 정부가 의료와 간병 분야의 만성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의료산업의 경계를 허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의 규제개혁추진회의가 의료 종사자들이 직종 구분 없이 업무를 분담할 수 있는 ‘업무 공유제’ 도입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26일 보도했다. 규제개혁추진회의는 기업과 의료 현장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에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총리 직속 자문기구다.

일본은 의사와 간호사, 약사 등 의료 종사자의 업무를 법률 등으로 정하고 있다. 현재 제도는 각 직종의 업무를 지나치게 세분화해 환자의 필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규제개혁추진회는 직종에 구애받지 않고 환자 중심의 의료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의료 종사자가 환자의 거주지를 찾아가는 방문 의료의 경우 링거액의 보충과 교환 등 간호사만 가능했던 업무를 약사에게도 허용해 간호사 부족 문제를 해소하는 방안 등이 포함됐다. 해외 의료현장에서는 간호사와 간병인 등 의료 종사자들이 직종을 넘어 업무를 분담하는 제도가 이미 도입됐다.

인력난이 가장 심각한 간병 분야에서는 최소 인력 기준을 완화할 계획이다. 간병시설이 입소자 세 명당 간병인 한 명 이상을 배치하도록 의무화한 기준을 네 명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한다.

로봇과 센서 등을 간병 현장에 적극 활용하는 디지털화를 통해 적은 수의 직원으로 간병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도 추진한다.

간병보험 사업자의 행정 절차도 간소화한다. 현재는 지방자치단체마다 행정 절차가 제각각이어서 온라인 신청 시스템을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절차에 필요한 서류와 양식을 통일시켜 간병보험 사업자의 부담을 줄이고 온라인 신청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의료·간병 분야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일본 정부의 시도는 해당 업계의 반발로 좌초돼 왔다. 이 때문에 “업계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정부의 협상력이 개선안의 실행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