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층간소음 잡아라" 기술개발~검증 '원스톱 연구'

입력 2022-05-26 17:16
수정 2022-05-27 00:45
26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의 한 아파트 거실. 벽면에 걸린 TV 화면에 위층 거실 상황이 생중계됐다. 무전기로 “시작”이라고 알리자 윗집 남성이 고무공으로 쿵쿵 바닥을 내리찍었다. 이어 어린아이가 요란하게 따다닥 뛰어다니는 소리가 천장에 울려 퍼졌다. 그럴 때마다 중량 충격음을 측정하는 정밀 소음 측정기 화면 속 그래프가 바쁘게 오르내렸다.

이곳은 삼성물산의 층간소음 연구시설인 ‘래미안 고요안 랩(lab)’(사진) 내 실제 아파트 모습을 그대로 본뜬 ‘실증 주택’이다. 삼성물산은 100억원을 들여 지하 1층~지상 4층, 연면적 2380㎡ 규모의 이 단지를 지난 24일 준공했다. 층간소음 연구시설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실증 주택만 총 10가구가 들어서 있다.

이승식 삼성물산 층간소음연구소 부소장은 “지금까지는 새로 개발한 기술 검증을 준공을 앞둔 실제 아파트 현장에서 하다 보니 시간적, 물리적 제약이 많았다”며 “고요안 랩에선 층간소음을 줄이는 기술 개발부터 성능 검증까지 원스톱 연구가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고요안 랩 2층에는 2~3인 가족의 선호도가 높은 전용면적 59㎡ 주택 네 가구가 실물처럼 꾸며져 있다. 각각 벽식과 라멘식(기둥+보), 기둥식, 혼합식(벽+기둥) 구조로 지어졌다. 네 가지 구조를 모두 갖춘 실증 시설은 고요안 랩이 처음이다.

성영경 층간소음연구소 연구원은 “여러 차례 더 측정해봐야 하지만 라멘식 구조가 벽식 구조보다 약 3데시벨(dB) 소음이 덜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향후 자체적으로 개발한 라멘식 구조를 활용해 층간소음 저감 기술을 고도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3층과 4층의 실증 주택은 가구별로 바닥 슬래브 두께에 차이를 뒀다. 일반적인 아파트에 사용되는 210㎜ 두께 외에 250㎜, 300㎜ 두께가 적용됐다. 바닥 재료와 내부 마감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자체 개발한 층간소음 저감 기술도 검증이 이뤄지고 있다. 고중량, 고유동(高流動) 콘크리트를 활용한 300㎜ 두께 슬래브가 대표적이다. 성 연구원은 “슬래브 두께를 마냥 늘리긴 어렵기 때문에 최적의 재료를 발굴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삼성물산은 오는 8월 시행되는 ‘층간소음 사후 확인제’를 앞두고 지금까지 개발한 기술과 공법을 고요안 랩에서 빠르게 검증해 시공 현장에 적용해 나갈 계획이다. 또 층간소음 저감 기술 관련 데이터를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 외부 연구기관 등과 공유하고, 공동 연구 수행과 기술 개발에 협력할 방침이다.

삼성물산은 이 시설을 건설업계 종사자 등에게도 개방할 예정이다. 층간소음 체험실에서 등급별 소음과 적용된 구조 등에 따라 소음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등을 체험할 수 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