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실적에도 '눈높이' 꺾이니…엔비디아·스노플레이크 '털썩'

입력 2022-05-26 14:52
수정 2022-05-27 00:54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미국 기술주가 좋은 실적을 내고서도 웃지 못하고 있다. 향후 실적이 부진할 것이라는 우려가 더 크기 때문이다.

미국 반도체 대장주인 엔비디아 주가가 25일(현지시간) 시간외거래에서만 약 7% 급락하며 올해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1분기 회계연도 기준(2~4월) 사상 최대 매출을 냈지만,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2분기 실적을 예고하자 투자자들이 이탈했다.


엔비디아는 이날 “1분기 매출이 82억9000만달러(약 10조5200억원)로 전년 동기(56억6000만달러) 대비 46%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월가 전망치(81억1000만달러)를 뛰어넘은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이다. 1분기 매출이 37억5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3% 급증한 데이터센터 부문이 실적 개선을 주도했다. 그래픽카드로 대표되는 이 회사의 주력인 게임 사업 매출(37억3000만달러)을 뛰어넘었다. 주당순이익(EPS)도 1.36달러로 시장 평균 전망치(1.29달러)를 웃돌았다.

문제는 향후 실적이었다. 이 회사는 2분기 매출 전망치를 81억달러(약 10조2800억원)로 제시했다. 월가 전망치인 85억4000만달러(약 10조8400억원)를 밑돌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봉쇄 조치로 게임 사업에서만 2분기 매출이 당초 예상보다 약 4억달러 줄어들 것으로 봤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전반적으로 게임 시장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며 “특히 중국 시장에서 매출이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비용 증가도 부담이다. 엔비디아의 1분기 비용은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한 16억1000만달러(약 2조400억원)로 집계됐다. 2분기엔 이보다 9% 늘어난 17억5000만달러(약 2조2200억원)를 예상했다. 콜렛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도전적인 거시경제 환경에 대응해 고용 속도를 늦추고 비용을 조절하겠다”고 말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이날 전일 대비 5.1% 오른 169.75달러에 장을 마쳤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을 공개한 뒤 기준금리를 한 번에 75bp(1bp=0.01%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스텝’이 없을 것이란 안도감이 시장을 지배한 덕분이었다.

그러나 실적 발표가 나오자 엔비디아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곤두박질쳤다. 종가 대비 6.9% 떨어져 158.17달러로 내려앉았다. 올해 최고점을 찍었던 연초 주가와 비교하면 47%가량 낮다.

같은 날 실적을 발표한 클라우드 업체 스노플레이크도 시간외거래에서 주가가 급락했다. 13.8% 하락한 114.41달러를 기록해 2020년 9월 기업공개(IPO) 이후 가장 낮은 가격으로 떨어졌다. 이 회사도 1분기 매출(4억2240만달러)은 시장 예상치(4억1280만달러)를 웃돌았다. 영업이익은 170만달러로 소폭 흑자를 봤다. 그러나 2분기 영업이익률이 -2%를 기록할 것이라고 밝히자 주가가 추락했다.

투자업계에선 기술주 부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킨가이 챈 서밋인사이트그룹 애널리스트는 “실적 전망치를 만족시키지 못한 대부분의 기술 업체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봉쇄 조치를 탓하고 있다”며 “엔비디아는 앞으로도 침체 국면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투자정보매체 마켓워치는 “기술주에서 예상에 못 미치는 실적이 나올 것이란 신호가 잇따르면서 투자자들이 빠르게 발을 빼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기술주가 과매도 구간에 들어갔다는 분석도 나왔다. 로이터에 따르면 증권사 에드워드존스의 로건 퍼크 애널리스트는 “시간외거래에서 엔비디아 주가가 떨어진 건 지정학적 사건을 놓고 과잉 반응한 탓”이라며 “수요 환경 자체가 나빠진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