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방사선과 돌연변이

입력 2022-05-26 13:56
수정 2022-05-26 13:57
국립중앙과학관과 함께하는 과학 이야기 (2)‘인터스텔라’ ‘마션’ 등의 영화를 보면 우주를 탐험하고 여행하는 상상을 하게 된다. 민간 우주선도 나왔으니 우주여행 시대가 곧 다가올 것 같다. 그러나 인간이 지구가 아닌 다른 별에서 사는 시대를 열기 위해선 극복해야 할 난관이 많다. 그중 하나가 우주방사선이다.

우주방사선의 존재는 물리학자 빅터 헤스가 처음으로 밝혀냈다. 그는 이 연구로 1936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지구에서도 인간은 항상 우주방사선에 노출된다. 다만 태양에서 지구로 불어오는 바람인 태양풍과 지구 자기장, 대기 중 산소와 질소 등이 우주방사선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해 준다. 그러나 우주에선 이런 보호막이 없어 우주방사선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다.

우주방사선은 에너지가 워낙 강해 인간의 유전자 변형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콧 켈리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 소속 우주 비행사로 국제우주정거장에서 1년간 살았다. 그에겐 쌍둥이 형제 마크 켈리가 있었는데, 두 사람의 DNA를 비교한 결과 7% 정도가 달라졌다고 한다.

우주방사선에는 지구 탄생의 비밀이 담겨 있기도 하다. 원시 지구는 메탄 암모니아 수소 등이 대기 중에 가득했고, 우주방사선이 지금보다 많았다. 원시 생물은 탄생 후 26억 년간 스스로 복제해 일란성 쌍둥이를 만드는 무성 생식으로 번식했다. 우주방사선은 이 원시 생물의 유전자를 손상시키고 변화시켰다. 덕분에 생물의 종류가 다양해질 수 있었다. 돌연변이는 변화하는 환경에서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는 해답을 제공할 수 있는 열쇠이기도 하다.

우주여행 시대를 열기 위해선 우주방사선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나 치료제가 개발돼야 한다. 어쩌면 우주여행은 인간을 우주방사선에 노출시켜 새로운 종류의 인간이 탄생하는 계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김석형 국립중앙과학관 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