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5월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물가 상승률이 가팔라진 데다, 미국의 통화 긴축 속도도 빨라졌다는 점을 감안해서다.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채권전문가 등 시장참여자 94%가 오는 2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1.75%로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달엔 시장참여자의 절반(50%) 정도만 인상 가능성을 예상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크게 오른 수치다.
지난달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만장일치로 0.25%포인트 높였다. 이번 달에도 인상이 결정된다면 2007년 7월과 8월에 이어 14년 9개월 만에 처음 기준금리가 두 달 연속으로 오르게 된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여전히 물가 상승 압력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5월에도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뒤따르고, 이번 달 인상은 만장일치가 될 것"이라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경기 선행지수 상에서 한국 경제가 위축 국면에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미국과 같이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은 작다"고 지적했다.
한은이 기준금리 연속 인상에 나설 근거로는 가파른 물가상승률이 꼽힌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4.8%로 급등했다. 2008년 10월(4.8%) 이후 13년 6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심지어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대를 기록할 것으로 점쳐진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영향으로 항공·여행 등과 같은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돼서다.
더욱이 경제 주체들이 물가가 높은 수준으로 오를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한은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5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3%로 2012년 10월(3.3%) 이후 9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지난달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A 금통위원은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에 따른 물가의 2차 파급에 대한 우려가 크다"며 "경제주체들의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을 경우에는 인플레이션 기대가 안착된 경우에 비해 가격의 전가가 더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기에 미국이 추가로 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미국과의 금리 차가 역전될 가능성도 있다. 중앙은행(Fed)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22년 만에 빅스텝을 진행하면서 정책금리 목표 범위를 0.25~0.5%에서 0.75~1.0%로 인상했다. 이에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1.0~1.25%포인트에서 0.5~0.75%포인트로 축소됐다. 한미 금리가 역전되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고, 원화 가치가 추가로 하락할 수 있다.
이번 수정 경제전망에서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기존 3.1%에서 4%대로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한은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을 4%대로 잡은 것은 2011년 7월(연 4% 전망)이 마지막이었다.
이미 한은은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대폭 높일 것을 예고했다. 주상영 위원은 지난달 14일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공급 측에서 발생한 물가 상승 압력이 기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면 추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4%에 근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에서 2%대 중후반으로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 대외여건 악화로 수출 둔화 가능성이 예상돼서다.
금통위 기자간담회에선 매파적인 언급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기준금리 인상과 성장률 전망치 하향이 예고된 만큼, 시장이 예상된 수준의 정책 결정이 완화적인 기조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에 인상의 효과가 충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기자회견에선 7월 연속 인상 가능성으로 해석될 수 있는 시그널을 포함한 매파적인 발언이 가능해 보인다"며 "향후 추가 인상을 시그널링하는 한편, 구두 개입을 통한 기대인플레이션 제어를 시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빅스텝 인상과 관련한 질문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Fed가 빅스텝 인상을 결정한 핵심 배경이 임금 주도의 물가 상승 추세 형성 우려였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며 "한국은 임금 상승률이 보합세이고, 수요 주도의 추세적 물가 상승 압력 증거가 미미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Fed의 본격적 긴축이 시작돼 국내 수출의 불확실성이 몹시 높아진 상황으로, 총재는 빅스텝 언급이 원론적이었다는 입장을 반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이창용 총재가 신중하게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데뷔전이자 리오프닝 금통위라는 점에서 불확실성 요인이 많지만, 임기초 시장민감도를 확인한 이벤트로 정제된 발언을 하기 위한 노력이 예상된다"고 짚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