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여당 내 공개적인 반발에도 불구하고 윤종원 기업은행장(사진)을 초대 국무조정실장에 임명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공약으로 내건 책임총리제, 책임장관제를 지켜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25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국무조정실장은 ‘제 뜻대로 하게 해달라’고 대통령에게 직접 말씀을 드렸고, 윤 대통령이 동의했다”며 “한 총리의 뜻 대로 국무조정실장 인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총리가 추천한 윤 행장이 국무조정실장에 그대로 임명된다는 의미다.
대통령실의 다른 관계자도 “대통령은 책임총리제, 책임장관제 공약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며 “한번 인사 ‘룰’이 무너지면 겉잡을 수 없는 요청들이 들어올 것”이라고 전했다.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은 국무총리를 보좌해 행정부 각료를 감독·관리하는 총리실의 2인자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자기와 같이 일할 사람 고르라고 그러면 자기가 잘 되기 위해서라도 실력 없는 사람을 뽑겠습니까”라며 책임총리제와 책임장관제 공약을 지키겠다는 의사를 재차 밝혔었다.
대통령실 안팎에선 모피아와 검찰 출신들이 정부 내에서 대거 중용되면서 여기에 밀린 윤석열 정부 창업 공신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권선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총대를 메고 윤 행장 인사에 대한 반대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윤 행장의 국무조정실장 내정은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경제정책을 수용·인정하는 꼴”이라는 우려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전달했다고 밝혔다. 윤 행장이 2018년 문재인 정부의 두 번째 경제수석으로 1년가량 재임했던 점을 거론한 것이다. 집권 여당의 대표가 장관급 인선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권 원내대표는 “국무조정실장은 각 부처 정책을 통할하는 자리인데 지난 정부 정책을 옹호 및 비호한 사람이 가기에는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권 원내대표뿐 아니라 비서실과 경제부처 인사들도 반대 문자를 보내와 고심 중”이라고 답했다고 권 원내대표는 전했다. 그는 윤 행장을 국무조정실장으로 제청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도 전화를 걸어 반대 의사를 전했으나 한 총리는 “(윤 행장을)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난색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