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대선 패배 두 달 만에 출마한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예상 밖으로 고전하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당초 무난한 승리를 예상했지만 ‘0선’인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와 초박빙 접전을 벌이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 발표가 최근 잇따르고 있어서다. 이에 이 위원장은 계획된 일정을 취소하고 선거 운동 방식을 바꾸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25일 오전 7시와 9시로 각각 예정된 계양 지역 아침 인사와 계양 발전 중장기 계획 발표 기자회견 일정을 전날 늦은 밤 전격 취소했다. 이재명 캠프 관계자는 “이 후보가 전날 5시간 동안 13개 지역단체와 연속해서 간담회를 하는 등 강행군을 하며 컨디션 난조가 와 부득이하게 일정을 연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선거를 불과 1주일 앞두고 주요 일정을 취소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점에서 최근 지지율 하락 극복을 위해 전략 수정 작업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정치권에서는 “최근 이 위원장이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후보와 접전을 벌이거나 오히려 뒤처지는 것으로 나오면서 큰 충격을 받은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지난 21일 에스티아이의 계양을 여론조사에서 처음 이 위원장이 윤 후보에게 오차범위 내 뒤지는 결과가 나온 이후 비슷한 여론조사 결과가 연이어 발표되고 있다. 20~21일 진행된 모노리서치와 한국정치조사협회연구소 조사에서도 이 위원장이 윤 후보보다 0.3~0.5%포인트 밀리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날 중앙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이 위원장이 45.5%, 윤 후보는 44.3%로 초박빙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이 위원장은 지난 23일 한국경제신문 기자와 만나 “여론조사라는 게 잘 나오기도 했다가, 못 나오기도 했다가 그러는 것 아니겠냐”면서도 “민주당 지지자들의 결집도가 떨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같은 날 계양구 유세 현장에서는 “이번에 지면 정치 생명이 끝난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한 시민에게는 “투표하면 이긴다. 이번에 이재명 지면 정치 생명 끝장난다”며 손으로 목을 긋는 동작을 하면서 “끽”이라는 의성어를 내기도 했다.
출마 선언 이후 당 총괄선대위원장으로서 인천뿐 아니라 전국을 돌며 지원 유세에 나서던 행보를 중단하고, 계양 지역 골목 민심을 훑는 ‘조용한 유세’로 최근 방침을 바꿨다. 지난 24일에는 계양구 한 도로변에서 출마 후 처음으로 출근길 인사를 했다. 25일에도 계양구 일대 골목을 돌며 주민들을 만나는 한편 저녁에는 계양 주민들과의 간담회, 상가 인사 등의 일정을 잡았다.
상대인 윤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도 개시했다. 김남준 대변인은 24일 윤 후보가 지난 2일에서야 서울 목동에서 계양구로 주소지를 옮긴 사실을 거론하며 “‘25년 계양구민’이라고 뻔뻔하게 거짓말을 한다”고 공격했다. 정진욱 대변인도 윤 후보의 농지법 위반 의혹에 대해 “스스로 위법 사실을 시인한 이상 후보직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설지연/오형주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