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5년은 한국이 기존 우주 강국을 따라잡고 우주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추격의 ‘골든타임’입니다.”
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장은 25일 서울 용산 드래곤시티에서 열린 ‘스트롱코리아 포럼 2022’에서 “한국 우주산업 혁신을 촉진하고 기존 우주 강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선 민간 기업이 과감하게 우주 시장에 도전할 수 있는 제도적인 기반 조성이 절실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30여 년간 지속된 관(官)과 군(軍) 위주의 우주 개발을 넘어 민간 기업 중심의 우주 생태계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문한 것이다.
김지찬 LIG넥스원 사장도 “민간 우주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기술을 전수하고 인력을 양성할 것을 제안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우주산업 주도권 민간으로우주는 ‘마지막 블루오션’이라 불린다. 수십여 년간 우주 개발에 참여해온 방위사업체는 물론 월마트 등 유통업체와 각 분야의 스타트업까지 잇따라 우주에 뛰어들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으로 대표되는 정부 중심의 우주기술 주도권은 빠른 속도로 민간으로 넘어가고 있다. 우주 시장 조사기관 유로컨설트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각국 정부가 우주 관련 프로그램(유무인 우주선, 로켓 발사 등)에 지출한 예산은 924억달러(약 116조6600억원)였다. 이 중 민간 분야 지출이 530억달러(약 66조9200억원)로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민간 중심 ‘뉴 스페이스’ 시대가 세계 각국에서 열린 것과 달리 한국의 우주산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지난해 한국 정부의 우주 프로그램 지출 예산은 6억7900만달러(약 8600억원)로 세계 10위권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가 주도하고 기업은 단순 용역을 수행하는 방식에 머물고 있다. 김 사장은 “한국의 우주산업은 국가 주도하에 민간 기업이 참여하는 일명 ‘미드 스페이스(mid space)’로 전환하는 단계”라며 “미드 스페이스와 함께 뉴 스페이스를 동시에 준비해야 하는 긴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기업이 우주산업에 매력을 갖고 적극적인 연구개발(R&D)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윤석열 정부가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우주, 국가 최고 이익의 경연장효율적인 기술 이전을 위해서는 아이디어 단계부터 민간 기업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신 사장은 “민·관 협력이 단순 기술 이전이나 특허 출원 정도로 그쳐서는 안 된다”며 “기술 이전의 수혜자인 기업들이 맨 처음 기획 단계부터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우주 개발 사업은 독자 기술 확보를 위한 노력과 유기적인 국제 협력이 쌍두마차처럼 병행돼야 한다”며 “한·미 우주정책 대화를 탐사·과학연구 중심에서 기술 및 산업 협력을 도모할 수 있는 채널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실에서 탄생한 기술이 시장에 연계되는 ‘랩투마켓’을 촉진해야 한다고도 주문했다.
우주산업의 정치·군사적 의미도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로랑 자파르 에어버스 D&S 부사장은 “우주 산업화가 더욱 빨라지면서 각국이 우주 공간을 자국의 군사 경쟁력을 투사하는 영역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보잉과 노스럽그루먼을 제치고 세계 2위 방위산업체로 올라선 레이시온인텔리전스앤드스페이스의 조셉 골드 인도·태평양 총괄이사도 “그동안 우주 개발 프로그램은 적국의 군사 위협을 파악하는 조기 경보에 집중됐다”며 “안보 분야에서 우주 영상 정보와 인공지능(AI) 데이터 분석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현웅 조선대 스마트이동체융합시스템공학부 교수는 군이 독자 개발을 추진 중인 초소형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군 체계 사업에 대해 “국방 분야에서 최초로 민간의 위성 체계 개발을 접목하는 것”이라며 “세계 우주산업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국내 우주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찬/민경진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