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SMR·수소 '미래 사업'에 5조원 베팅

입력 2022-05-25 17:18
수정 2022-05-26 02:09
두산그룹이 향후 5년간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차세대 에너지 사업에 5조원을 투자한다. 한·미 정상의 ‘원전 동맹’을 계기로 SMR을 비롯한 국내 에너지산업 생태계 활성화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유동성 악화로 23개월 동안 채권단 관리체제에 들어갔다가 졸업한 지 3개월 만에 대대적인 투자에 나선 것이다.

두산그룹은 SMR, 가스터빈, 수소터빈, 수소연료전지 등 에너지 분야를 중심으로 5조원을 투자한다고 25일 발표했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반도체, 배터리와 함께 한·미 경제안보 동맹의 핵심 축으로 부상한 SMR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1일 정상회담에서 SMR 개발과 수출에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SMR은 안전성과 경제성, 운용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된 미래형 원전이다. 두산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가 지분을 투자한 미국 뉴스케일은 2020년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유일하게 표준설계인증을 받았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국내 투자자와 함께 뉴스케일에 2019년과 2020년 두 차례에 걸쳐 1억400만달러가량의 지분투자를 했다. 이를 통해 수조원 규모의 기자재 우선 공급권도 확보했다.

두산에너빌리티와 뉴스케일은 지난달 25일엔 SMR 주기기 제작을 위한 협약도 맺었다. 뉴스케일이 개발과 설계를 하고 두산에너빌리티는 주기기 제작을 맡는 방식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내년 하반기 SMR 본 제품 제작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투자할 예정이다. 뉴스케일뿐 아니라 지난해 9월 SMR 제작 설계 용역 계약을 맺은 미국 엑스에너지 등과도 주기기 제작 참여를 추진하고 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사진)은 가스터빈과 수소터빈 사업도 핵심 투자 대상으로 점찍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19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개발에 성공한 270㎿(메가와트)급 가스터빈을 경기 김포 열병합 발전소에 설치하고 있다. 내년부터 시범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를 한 단계 발전시킨 380㎿급 가스터빈과 수소터빈의 자체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가스터빈 및 수소터빈의 부품 국산화율은 90%가 넘기 때문에 340여 개의 국내 협력사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 두산그룹 측 설명이다.

두산그룹은 수소연료전지와 반도체 사업도 대폭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두산그룹은 지난 3월 말 반도체 테스트 기업 테스나 인수 절차를 마무리하고, 두산테스나를 공식 출범시켰다. 협동로봇, 수소드론뿐 아니라 의약품 보관용 첨단소재 사업, 5세대(5G) 통신 안테나 소재 사업 등 시장 확대가 예상되는 신규 사업 투자도 늘린다.

두산그룹이 수조원의 대대적 투자를 단행하는 것은 10여 년 만이다. 두산은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 등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이후 유동성 확보를 위해 2020년 6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3조원을 긴급 지원받는 재무 약정을 체결하면서 채권단 관리체제에 들어갔다. 이후 혹독한 구조조정 및 자산 매각을 거쳐 지난 2월 말 역대 최단기간인 23개월 만에 채권단 관리체제에서 졸업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에너지 분야를 중심으로 한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직접 고용 인원을 늘릴 예정”이라며 “산업 생태계 확대에 따라 협력회사 고용도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