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정부의 공정거래정책 변화방향은?[Lawyer's View]

입력 2022-05-25 17:21
이 기사는 05월 25일 17:2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지난 선거로 제20대 대통령이 선출됨에 따라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다. 대통령 당선자는 정책공약집 등을 통해 기존 정책에 일부 변화가 생길 수 있음을 예고하고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기도 했는데, 그 중 공정거래정책과 관련한 내용을 짚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공정거래와 관련한 법 집행체계를 개선하는 것이 있다. 공정거래 관련 사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 있어야 형사처벌이 가능한 전속고발제는 유지하는 것으로 하되, 의무고발요청제를 운영하는 중소벤처기업부 등과의 협업을 통해 예측 가능한 조화로운 운용을 추진하는 것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공정거래 분쟁조정 통합법을 제정하여 대체적 분쟁해결제도(ADR)를 활성화함으로써 신속하고도 효율적인 분쟁해결을 도모하려는 점도 주목된다. 중소기업 위한 공정거래시스템 구축한편 대기업집단 규제와 관련해서는, 동일인의 친족 범위를 합리적으로 조정(예를 들면, 현행 혈족 6촌, 인척 4촌까지를 혈족 4촌, 인척 3촌까지로 변경)하고 경제적 공동관계가 없다는 점이 인정되는 경우엔 예외를 인정하는 등 지정자료 제출 및 계열회사 신고업무의 부담을 합리적으로 개선하고자 하고 있다.

중소기업과 관련한 공정거래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탈취를 예방하기 위해 사전예방수단, 엄정한 법집행체계를 구축하고, 기술탈취에 따른 구제수단을 효율적으로 운영함으로써 중소기업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려고 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피해기업의 입증 지원을 강화하고 손해액 산정을 현실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며, 기술보호 정책보험의 보장범위를 확대하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그리고 수시 직권조사를 확대하여 감시를 강화하고 과징금 상향을 통한 위법행위 억제도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중소기업의 손해를 완충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원자재 가격 추이, 하도급거래관계 및 거래실태 자료를 정기적으로 수집하고자 하고 있다. 계약기간 중 원자재 가격이 일정수준 이상 오를 경우, 원사업자는 의무적으로 납품대금 조정협의에 응하도록 하는 한편 중소기업협동조합, 중소기업협동중앙회 등을 통한 대행협상을 활성화하는 것을 도모하도록 하고 있다. 납품단가에 원자재가격 변화를 자동으로 연동하는 납품단가연동제의 도입을 공약하였다가 인수위의 논의과정에서 도입을 보류하는 것으로 방향을 정하였다. 이 제도가 시행될 경우 대기업 등 원사업자가 비용절감을 위해서 국내 중소업체와 거래를 끊고 해외업체와 손을 잡게 될 가능성, 하청업체의 원가절감, 기술혁신에 대한 노력이 소홀해질 가능성 등 부작용을 우려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설명되고 있다. 국정과제에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검토'가 여전히 포함된 것에 비추어 보면, 추후 이 제도의 도입 여부가 계속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자율적인 납품단가의 조정 관행을 확산시키기 위해 하도급 모범계약서와 위수탁 계약서를 보급하고 분쟁조정통합법을 제정하며 공정거래종합지원센터를 설치하는 등 중소상공인이 체감할 수 있는 피해구제제도를 마련하고, 불공정행위에 대한 신속하고 자발적인 피해구제에 대해서는 과징금 감경을 확대하고자 하고 있다. 안전한 디지털 플랫폼 시장환경 조성그리고 디지털 플랫폼 분야의 불공정행위에 관하여는 필요한 최소한의 규제는 하되 자율규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즉 섣부른 규제의 도입을 지양하고 플랫폼을 둘러싼 이해관계자와의 연합논의기구 및 자율규제의 틀을 마련하기 위하여 민간자율기구 또는 민관공동기구의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이용사업자의 불만 및 분쟁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자율분쟁조정위원회를 설립하고 운영하는 것도 유도할 계획이다. 한편 플랫폼사업자의 입점업체 사업활동 제한행위 및 소비자 기만행위(눈속임 마케팅, 거짓후기 등)를 시정하여 공정하고 안전한 시장환경을 조성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도 예상하고 있다.

시장진입과 사업활동을 제약하는 불필요한 규제를 개혁하기 위해서, 기업혁신과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인수·합병(M&A)은 신속히 심사하고, 산·학·연이 협력하는 경쟁영향평가센터를 구축하여 경쟁제한적 규제를 집중적으로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독과점 남용행위 및 담합행위, 사익편취 및 부당내부거래 등에 대해서는 엄격한 법집행을 통하여 공정한 경쟁을 확립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여겨진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해보면, 새 정부의 기본적인 정책방향은 새로운 규제의 신설보다는 현행 체계를 유지하면서 기본적으로 민간의 자율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운용하되 중대한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한 대처를 천명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전속고발권 제도를 유지하는 등 현재의 시스템에 큰 변화는 없지만, 공정한 경쟁질서를 현저히 저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고발을 원칙으로 하면서 객관적 고발기준을 마련해 기업측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중소벤처기업부 등과의 협의를 통해 의무고발제와의 조화로운 운용을 통해 충실한 소명기회 등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와 검찰 간 협력 강화 주목해야한편 최근 인수위 논의를 통해 향후 공정위와 검찰간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리니언시 등 정보를 공유하고 인적교류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위와 같은 협력을 통해 공정위가 조사와 심의를 거쳐 고발을 결정하기 전이라도 중대한 위법행위나 공소시효가 임박한 사건의 경우 검찰이 정보를 제공받아 선제적으로 수사를 진행하는 등 현재까지와는 다른 사건처리 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서울중앙지검이 공정거래조사부의 인원을 증원하고 수사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는 점도 이같은 흐름과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최근 검찰의 수사대상범죄를 기존의 6대 범죄에서 부패, 경제범죄로만 조정(소위 '검수완박')하는 검찰청법,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이 공표되어 9월 10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 개정법률에 의하더라도 공정거래법 위반사건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검찰이 직접 수사를 개시하거나 공정위 고발사건을 수사하는 것은 여전히 가능하지만, 수사검사와 기소검사가 분리되어서 검사는 자신이 수사를 개시한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제기가 불가능하게 됐다. 법률의 시행을 대비해 검찰이 수사 이후 기소 여부를 검토하는 별개의 절차를 어떻게 마련해 운영할지도 지켜봐야 할 것이다.

특수관계인의 친족 범위를 현실화해 합리적으로 개선(축소)되면 기업집단의 범위, 공시의무, 내부거래규제의 대상 등에도 영향을 미쳐 전반적인 기업의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추가로 여러 법령의 개정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이를 추진해 나가는 데에는 구체적인 범위의 확정 및 그 타당성 검토 등에 관해 여러 견해가 대두될 것으로 예상되고, 이를 취합하여 결론을 내리는 것에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여전히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관계 법령의 개정과정에서 대한상의, 전경련, 학계 등 외부적인 지원도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 공정위가 중소기업과 관련한 공정거래저해 사례의 실태조사 등 법집행을 위한 모니터링도 강화할 가능성이 상당하므로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 기술탈취와 관련해서도 더욱 적극적인 법집행이 예상되고 해당 분야의 조직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기술자료를 요구할 때 필요한 관련 법령을 철저하게 준수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법위반 여부에 따른 불확실성 및 행정처분 가능성 등을 조기에 해소할 수 있는 분쟁조정제도 등에 대한 충실한 이해를 바탕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이를 적극 활용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독과점 남용을 규제하고 담합행위를 규제하는 것과 같은 전통적인 경쟁법 영역의 집행도 국정과제로 제시되고 있기 때문에 이 분야에 관한 활발한 집행이 예상되므로 지속적으로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디지털 플랫폼 분야에 관하여는 자율규제방안이 제시되었는데, 그 구체적인 제도의 설계가 어떻게 진행될지 여부에 관해 지켜볼 필요가 있고, 전통적인 독과점 남용 규제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도 지켜봐야 할 것이다.

*변호사, 전 서울고등법원 고법판사. 본고는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이며, 필자가 속한 법률사무소의 공식적인 입장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정리=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