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센트 대규모 감원…코로나 통제에 '고용한파' 본격화 [강현우의 중국주식 분석]

입력 2022-05-25 11:33
수정 2022-06-18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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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국의 자국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 규제가 2년 가까이 지속되는 가운데 주요 경제권 봉쇄 충격까지 겹치면서 빅테크발 감원 폭풍이 불어닥치고 있다.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 텐센트가 직원 10%를 감원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중국판 지식인'으로 불리는 질문·답변 사이트 즈후는 직원 30%를 내보낼 예정이다.

경제매체 차이신은 텐센트가 지난 3월 중순부터 전체 직원의 10%가량을 감원하는 계획을 추진하기 시작했다고 25일 보도했다. 감원 대상은 중간관리자급 이상의 고액연봉자들이다.

텐센트의 직원은 3월 말 기준 11만6000여 명으로 작년 말 11만3000여 명보다 늘었다. 텐센트는 올해 정부 방침에 부응해 7000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초기 정부의 고용 확대 압박이 있었던 2020년 당시 발표했던 3000명의 두 배 이상이다.

업계에선 텐센트가 기존 직원의 10~15%에 해당하는 수의 고액연봉자를 내보낸 뒤 그 이상의 신입사원을 채용해 전체 고용인원을 유지하거나 더 늘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중국 인터넷 감독을 총괄하는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에 따르면 텐센트, 알리바바, 바이트댄스 등 빅테크 12곳이 지난해 7월부터 올 3월까지 29만5900명을 새로 채용하고 21만6800명을 해고해 전체 고용이 7만9100명 추가됐다.

텐센트의 구조조정은 주력 사업 부진 때문으로 분석된다. 텐센트는 최근 대폭 악화된 1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매출은 1355억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0.1%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04년 홍콩증시에 상장한 이후 18년 만의 최저 성장률이다. 1분기 순이익은 51% 감소한 234억위안에 그쳤다. 1분기 광고 매출은 18% 급감했고 게임 매출도 1% 줄었다. 핀테크 부문 매출 증가율은 10%로 작년 1분기 47%에서 크게 떨어졌다.

텐센트는 게임 부문이 포함된 엔터테인먼트그룹을 중심으로 감원을 진행하고 있다. 텐센트는 중국 1위 게임업체다. 중국 당국이 게임산업 규제를 강화하면서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중국은 지난달 8개월여만에 45개 게임을 대상으로 신규 허가를 내줬으나 1·2위인 텐센트와 넷이즈의 게임은 빠졌다.

텐센트는 광고를 담당하는 콘텐츠 부문과 클라우드 사업부의 인력도 줄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코로나19 통제 강화로 내수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광고 부문에서 매출 증가를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 최대 질문·답변 사이트인 즈후는 지난 20일 직원들에게 '업무 최적화' 계획을 발표했다. 관리자급을 중심으로 30%에 달하는 감원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시스템 관리, 마케팅, 교육, 커뮤니티 운영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정리해고에 들어갔다. 작년 말 기준 즈후의 직원은 2649명이다.

즈후는 2011년 창업했으며 작년까지 계속 적자를 냈다. 지난해 순손실은 13억위안으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커졌다. 회사는 비용 절감을 올해 최대 목표로 내걸고 있다.

중국의 정보기술(IT) 부문은 2000년대 들어 빠르게 성장하면서 가장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는 산업으로 부상했다. 빅테크는 기술 영역뿐 아니라 콘텐츠, 교육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중국에선 올해 역대 최대인 1078만명의 대학 졸업생이 배출될 예정이다. 하지만 정부의 빅테크에 대한 전방위 압박과, '제로 코로나' 방침에 따른 주요 경제권 봉쇄로 인해 기술기업들이 올해 일자리를 늘릴 것으로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고용 규모 25만명에 달하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도 최대 15%의 감원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바바는 적자가 나고 있는 음식배달 어러머, 음식점평가 구베이 등 손실이 나는 부문에서 정리해고를 진행하고 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