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의 정치생명이 대선 두 달 만에 출마한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기로에 놓였다. 당초 무난한 승리를 거둘 것이란 예상과 달리 최근 여론조사에서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와 ‘초박빙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 후보 측도 일정을 취소하고 선거운동 방식에 변화를 주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 후보는 25일 오전 7시와 9시로 각각 예정됐던 계양 지역 아침인사와 계양발전 중장기 계획발표 기자회견 일정을 전날 늦은 밤 전격 취소했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이 후보가 전날 5시간 동안 13개 지역단체와 연속해서 간담회를 하는 등 최근 강행군을 했다”며 “무리한 일정으로 후보에게 컨디션 난조가 와 부득이하게 일정을 연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일정을 취소한 대신 오후 2시에 사전녹화하는 OBS 주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 TV토론회 준비에 집중할 계획이다. OBS TV토론회는 오는 26일 오후 5시30분에 방영된다.
정치권에서는 “최근 이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후보와 접전을 벌이거나 오히려 뒤처지는 것으로 나오면서 큰 충격을 받은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여론조사업체 에스티아이는 지난 19~20일간 계양을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88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재명 후보와 윤형선 후보가 각각 45.8%, 49.5%의 지지를 얻었다고 21일 발표했다.
모노리서치가 경인일보 의뢰로 20~21일 실시간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에서 이 후보 46.6%, 윤 후보 46.9%로 윤 후보가 0.3%포인트 앞섰다. 한국정치조사협회연구소가 기호일보 의뢰로 20~21일 실시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에서도 윤 후보가 47.9%를 기록해 47.4%에 그친 이 후보 보다 0.5%포인트 높았다.
이 후보도 이런 결과를 받아들고 큰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 23일 계양구 유세 현장에서 “이번에 지면 정치생명이 끝난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한 시민에는 “투표하면 이긴다. 이번에 이재명 지면 정치생명 끝장 난다”며 손으로 목을 긋는 동작을 하며 ‘끽’이라고도 했다.
당초 이 후보는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아 전국을 돌며 지방선거를 총지휘할 계획이었다. 실제 이 후보는 지난 8일 출마 선언 후 인천 뿐 아니라 전국 주요 격전지를 찾아 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이 후보의 유세에는 강성 지지층인 ‘개딸’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안방’에서 상대 후보와 격차가 급속도로 좁혀지자 전국을 시끌벅적하게 도는 ‘개딸 유세’ 대신 계양 지역 골목 민심을 훑는 ‘조용한 유세’로 방침을 바꿨다.
지난 24일에는 계양구 한 도로변에서 출마 후 처음으로 ‘출근길 인사’를 했다. 이 후보는 25일에도 OBS TV토론회 사전녹화 이후 계양구 일대 골목을 돌며 주민들을 만날 예정이다. 오후 8시30분부터는 계양 주민들과의 간담회, 상가 인사 등 일정도 잡혀 있다.
상대인 윤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도 개시했다. 김남준 이재명 후보 대변인은 24일 윤 후보가 지난 2일에서야 서울 목동에서 계양구로 주소지를 옮긴 사실을 거론하며 “‘25년 계양구민’이라고 뻔뻔하게 거짓말을 한다”고 공격했다.
정진욱 대변인도 윤 후보의 농지법 위반 의혹에 대해 “스스로 위법 사실을 시인한 이상 후보직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