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산업 육성이 청년 일자리 확대를 위한 핵심 열쇠가 될 수 있다.”
산업연구원은 24일 산업·경제 보고서에서 “신산업은 장기적으로 활약할 청년층 전문인력을 양성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배터리 분야 청년(34세 미만) 고용은 2017년 2550명에서 2021년 8845명으로 4년 만에 3.5배로 늘었다. 반도체 제조업 분야 청년 고용은 4만477명에서 4만5878명으로 13.3% 증가했다. 중년층 고용 규모가 월등히 큰 기존 산업과 달리 신산업에서는 청년층 고용의 양적 증가가 두드러진다는 게 산업연구원 분석이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신산업이 청년 일자리의 보고로 부각되고 있다. 관련 기업들은 앞다퉈 청년 고용에 나설 뿐만 아니라 인재 육성에까지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6개 그룹, 청년 일자리 18만 개 창출
이날 업계에 따르면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포스코 KT 등 6개 그룹은 올해부터 3년간 총 18만여 개의 청년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SK는 연 6000명 채용 계획에서 3000명씩 더해 3년간 2만7000명을 고용한다. LG는 계열사 연구개발(R&D) 인력 3000명을 포함해 1만 명을 올해 채용할 계획이다.
이들 기업은 고용 인원을 급속히 늘려왔다. 배터리 기업인 SK온은 지난해 10월 1400명으로 출범한 이후 지금까지 500명 이상을 추가로 채용했다. 같은 업종인 LG에너지솔루션은 2020년 말 7524명에서 현재 1만 명 가까운 수준으로 인력을 늘렸다.
대기업들은 신산업 육성을 통해 청년 고용 측면에서 중소기업들을 앞서는 성과를 내고 있다. 전현배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가 기업 규모별 청년 고용을 조사한 결과 2015~2019년 1~9인 기업의 30세 미만 청년 근로자 비중은 18.0%, 300인 이상 기업은 26.2%로 나타났다.
올해도 대기업들의 고용 확대가 두드러질 전망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3월 100인 이상 기업 508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기업 규모가 클수록 ‘신규 채용 계획이 있다’고 답한 비율이 높았다. 100~299인 기업은 68.4%, 300~999인 기업은 71.3%, 1000인 이상 기업은 82.5%로 조사됐다.
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김효진 경기도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위원은 “문재인 정부의 공공 일자리 위주 청년 고용정책은 취업 불안정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며 “청년이 기업에서 장기적으로 일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래차 등 인재 직접 키우는 기업들신산업 분야 주요 기업들은 인재 육성에도 앞장서고 있다. 현대차는 국내 이공계 대학생·대학원생을 대상으로 미래 자동차 인재 프로그램(H-모빌리티클래스)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전기차로 자동차산업이 전환하면서 엔진 등 내연기관 위주로 교육받은 학생이나 미래차에 관심이 많은 다른 전공생들이 몰리고 있다. 현대차는 2020년 7월부터 2년간 2000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전기차, 배터리, 자율주행 등을 전문적으로 교육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자동차산업의 기틀을 닦기 위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2018년부터 삼성청년SW아카데미(SSAFY)를 운영하고 있다. SSAFY는 누적 입학생 5100명, 취업률 80%에 이르는 일종의 ‘소프트웨어(SW) 사관학교’다. SSAFY는 6개월마다 1150명씩 매년 총 2300명이 입학한다.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향후 5년간 소프트웨어 신규 인력 수요는 35만3000명이지만, 공급은 32만4000명으로 연평균 6000명가량이 부족할 전망이다. SSAFY와 같은 교육기관을 세 곳만 더 세워도 SW 분야 인력 부족을 해소할 수 있는 셈이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기업이 원하는 SW 능력을 길러낼 수 있는 주요 대학은 ‘제로(0)’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며 “청년 채용뿐 아니라 청년 인재를 길러내는 기업의 사회적 역할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