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원숭이두창 퍼뜨렸다"…中 인플루언서 음모론 확산

입력 2022-05-24 16:31
수정 2022-06-20 00:01

지구촌에서 희귀감염병 '원숭이두창(Monkeypox)'이 급격하게 확산 중인 가운데 중국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미국이 의도적으로 원숭이두창을 퍼뜨렸다는 음모론이 퍼지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651만 명의 웨이보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 구옌무찬은(본명·슈창 舒暢) 웨이보에 미국 비정부기구의 보고서를 게재한 뒤 "미국이 생명공학적으로 조작된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를 퍼뜨리려고 계획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구옌무찬이 올린 보고서는 미국 비정부기구가 2021년 작성한 것으로 미국 정부가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를 포함해 조류독감 등 각종 바이러스의 확산 가능성을 알고 있다는 내용이다.

구옌무찬이 내용을 왜곡해 '미국이 이를 알고 퍼뜨리고 있다는 식'으로 음모론을 제기한 것이다.

이 게시글은 7500개 이상의 좋아요, 660개 이상의 댓글을 받았으며, 많은 네티즌은 그의 의견에 동의했다. 한 네티즌은 "미국은 인류의 상상을 초월하는 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웨이보에서는 지난 3일간 원숭이두창 관련 게시글이 5100만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화두로 떠올랐다.

일부 네티즌들은 "미국 펜실베니아의 한 연구소로 이동하던 트럭이 교통사고를 당해 원숭이들이 도망쳤고 이후 미국에서 원숭이두창이 발병했다"는 음모론과 "미국의 최종 목표는 중국", "중국에도 반드시 원숭이두창이 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미국이 의도적으로 원숭이두창을 퍼뜨렸다는 음모론을 제기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으나, 많은 소셜 미디어에서는 이 음모론이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WHO 통계에 따르면 21일 기준으로 호주·벨기에·캐나다·프랑스·독일·이탈리아·네덜란드·포르투갈·스페인·스웨덴·영국·미국 등 12개국에서 92건의 원숭이두창 확진 사례가 보고됐으며, 의심 사례는 28건으로 파악됐다.

원숭이두창에 감염되면 발열, 두통, 근육통, 임파선염, 피로감 등 천연두와 유사한 초기 증상이 나타난다. 특별한 백신은 없지만 천연두 백신으로 85% 보호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덕 한경닷컴 기자 khd998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