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5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공식 초청작 '헤어질 결심'이 전 세계 192개국에 선판매됐다. 이는 205개국에 판매돼 종전 한국 영화 최다 판매 기록을 세운 '기생충'에 근접하는 성과다.
CJ ENM은 24일 "북미, 영국, 터키, 인도 등을 사업권으로 두고 있는 무비, 프랑스의 바크 필름스, 일본의 해피넷 팬텀 스튜디오, 독일의 코흐 필름스 등에서 '헤어질 결심'의 판권을 구매했다"고 밝혔다.
칸 국제영화제 이후 나라별로 맞춤형 배급 및 마케팅 전략을 짠 후에 최적화된 개봉일을 확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프랑스의 경우 한국과 같이 6월 29일 동시 개봉을 확정했다.
'헤어질 결심'은 박찬욱 감독이 '아가씨' 이후 6년 만에 들고 나오는 신작 영화라는 점 자체부터 화제를 모았다. 코로나 대유행이 한창이었던 재작년부터 꾸준히 해외 세일즈가 이뤄졌고, 이번 칸 국제영화제를 전후로 극장 개봉이 가능한 대다수의 나라를 커버할 정도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영화는 전날(현지시간) 영화제 메인 상영관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전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박찬욱 감독과 주연 배우인 탕웨이와 박해일이 참석한 가운데 2300여석의 극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기립박수와 찬사가 이어진 밤이었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부터 시작된 기립박수와 환호는 약 8분여간 지속됐다. 관객들의 뜨거운 환호에 박찬욱 감독은 주변의 배우들과 스태프들을 일일이 안아준 뒤 “길고 지루한 구식의 영화를 환영해 줘서 정말 고맙다”고 소감을 밝혔다.
상영이 끝나자 주요 외신들의 호평이 객석의 열기를 그대로 이어받았다. 가디언은 이 영화에 최고점인 별점 5개를 부여하며 “박찬욱 감독이 훌륭한 느와르 로맨스와 함께 칸에 돌아왔다. 텐션, 감정적 대치, 최신 모바일 기술의 천재적 활용, 교묘한 줄거리의 비틈 등 너무나도 히치콕스러웠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스크린 인터내셔널은 “매혹적이고 독선적인 네오 느와르와 함께 박찬욱은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의 기준을 높이고, 비길 데 없는 비주얼 스타일리스트로서 자신의 위치를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주요 매체의 필진들도 트위터를 통해 호평 대열에 가세했다. 뉴욕타임즈의 카일리 부캐낸은 “박찬욱 감독이 걸작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의 더 작고 느와르 같은 로맨스조차 화려하고 재밌다는 걸 알게 됐다”고 전했다.
퍼스트쇼잉닷넷의 알렉사 빌링턴은 “'올드보이' 이후 박찬욱 최고의 작품”이라고 말했고 가디언의 피터 브래드쇼는 “우와. 내가 지금 황금종려상과 여우주연상 위너를 본거야?”라고 감탄했다.
박 감독은 이 영화로 네 번째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 황금종려상을 노린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