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루나 폭락 사태를 계기로 글로벌 금융업계의 가상화폐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와 유럽중앙은행(ECB)을 비롯해 각국 중앙은행 총재들은 가상화폐가 믿을 수 없는 자산이라며 투자자들의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23일(현지시간) CNBC 등 외신을 종합하면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다보스 포럼)에서 테라·루나 폭락 사태에 대해 “다단계 피라미드 사기”라고 비판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은 자산이 뒷받침되면 (달러 대비 가치가) 1대 1로 안정적이지만, 자산이 뒷받침되지도 않으면서 20%의 수익률을 제공한다고 약속한다면 피라미드 사기”라고 말했다. 테라USD(UST)를 발행한 테라폼랩스가 달러가 아닌 자체 코인 루나를 담보로 테라의 가치를 유지하고, 투자자들이 UST를 구매해 맡기면 연 20% 수익을 보장한다고 선전한 부분을 비판한 것이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피라미드는 결국 산산조각이 나 부서진다”고 덧붙였다.
다보스 포럼에서는 각국 중앙은행 총재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프랑수아 빌루아 드갈로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는 “가상화폐는 신뢰할 수 있는 결제 수단이 아니다”라며 “교환의 수단으로서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시민들은 가상화폐의 엄청난 변동성 때문에 이미 신뢰를 잃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세타푸트 수티와르나루에푸트 태국 중앙은행 총재는 “가상화폐는 결제수단이라기보다 투자 대상”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지난 21일 네덜란드 텔레비전 인터뷰에 출연해 “가상화폐는 아무 가치가 없다”며 “(가상화폐의) 안전을 보장할 기반 자산이 없다”고 밝혔다. 라가르드 총재는 “평생 모은 돈을 가상화폐 투기로 날리는 사람들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