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5월 24일 14:0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코스닥 상장을 위한 예비 심사에서 탈락했다가 재심사에서 통과된 사례가 처음 등장했다. 지난 23일 예비 심사 승인을 얻은 신약 개발사 에이프릴바이오가 주인공이다. 한동안 바이오 업종에 굳게 닫혔던 상장문이 다시 열리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거래소는 23일 코스닥시장 위원회의 심사 의결을 거쳐 에이프릴바이오의 상장 예비 심사를 승인한다고 밝혔다. 지난 3월 미승인을 통보받은 지 두 달 만이다.
상장 첫 관문인 예비 심사 승인은 상장위원회가 결정한다. 만약 회사 측이 상장위의 결정에 불복해 이의를 제기하면 시장위원회에서 다시 논의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재심사에서 결과가 뒤집힌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상장위의 결정을 시장위가 번복할 경우 심사의 객관성과 신뢰도에 타격을 줄 수 있어서다. 실제로 지난해 심사에서 탈락한 파킨슨병 치료제 개발사 디앤디파마텍과 코로나19 진단키트 개발사 오상헬스케어도 시장위의 재심까지 올라갔으나 최종 탈락했다.
이 때문에 에이프릴바이오도 재심에서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재심을 신청한 회사들이 모두 바이오기업이라는 점도 이유로 꼽혔다. 에이프릴바이오는 심사 당시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 1개에 의존하고 있어 임상시험에 실패할 경우 신라젠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지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회사 측은 대형 기술수출에 성공했고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을 수령해 경영상 문제가 없다고 맞섰다. 이 회사는 덴마크 바이오 기업 룬드벡에 자가 면역 질환 치료제 'APB-A1'의 개발 권리를 4억4800만달러(약 5700억원)에 이전했고 기술수출 규모의 3%인 1600만 달러(약 200억원)를 선급금으로 받았다.
시장위는 에이프릴바이오의 파이프라인이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유효성을 인정받았다고 결론 내렸다. 최근 바이오기업들이 잇달아 상장을 철회하고 예비 심사에 탈락한 것도 예비 심사 승인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바이오기업의 투자심리가 급속도로 악화한 데다 상장 심사 기준이 까다로워졌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거래소의 심사 기조가 유연하게 바뀌었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에이프릴바이오의 선례에 따라 예비 심사 결과에 불복하는 바이오기업들이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금까지는 심사에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이 큰 경우 회사 측이 예비 심사를 자진 철회하는 것이 관례였다. IB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거래소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것이 최선이었는데, 이제 패자부활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며 "연내 상장해야 하는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고 승인 일정을 앞당기려고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에이프릴바이오의 예심 승인이 바이오 업계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까 봐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바이오기업의 임상 단계와 기술수출 여부와 상관없이 약물의 유효성이 인정된다면 상장 기회를 주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