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그십 세단은 브랜드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은 ‘기함’이다. 제네시스의 플래그십 세단 G90 역시 최고의 기술과 소재, 디자인을 적용했다. 직접 운전하는 ‘오너 드라이브’와 뒷자리에 앉는 ‘쇼퍼 드리븐’을 모두 배려했다. G90 중에서도 더욱 여유로운 내부 공간을 가진 롱휠베이스 뒷좌석에 직접 앉아봤다.
G90의 시트는 푹신함 그 이상이었다. 어떤 부분을 어떤 각도로 받쳐야 가장 편안한 자세를 취할 수 있는지 치밀하게 계산된 시트였다. 리클라이닝 각도가 42도로 눕는 데다 풋레스트와 레그레스트를 펼치면 하나로 연결돼 몸 전체를 받쳐주는 느낌이 들었다. 항공기 일등석 못지않은 편안함이다.
특히 시트를 뒤로 눕히는 내내 새로운 시야가 펼쳐지는 것이 인상적이다. 모니터에서 앞좌석 윗부분으로, 그리고 파노라믹 선루프를 가로질러 하늘까지 바라보게 됐다. 단순히 ‘뒷좌석에 앉아 있다’는 느낌보다 ‘안락한 공간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벽한 쇼퍼 드리븐을 지원하는 첨단 사양들도 눈에 띈다. 뒷좌석 센터 암레스트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로 대부분의 기능을 제어할 수 있어 편리했다. 공조 시스템은 물론 시트 위치와 마사지 기능, 커튼 개폐, 조명 밝기 등을 조작할 수 있다. 뒷좌석에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도 포함돼 있다.
후석 터치스크린에는 주변 골프장과 부동산 정보를 알려주는 메뉴도 있다. 무드 큐레이터도 인상 깊었다. G90에 적용된 무드 램프와 사운드 시스템, 실내 향기, 시트 마사지, 전동식 커튼을 한 번의 조작으로 통합 제어하는 기능이다.
본격적인 시승에선 우선 머리 흔들림이 적다는 생각이 들었다. 긴 휠베이스가 제공하는 안정감이다. 특히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부드러웠다.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과 멀티 체임버 에어 서스펜션 덕분이다. 과속방지턱에서 앞뒤 바퀴가 올라갈 땐 댐퍼와 에어 스프링을 부드럽게 바꾸고, 내려온 뒤에는 단단하게 만들어 출렁거림을 줄여준다.
오디오도 빼놓을 수 없다. 뱅앤올룹슨 사운드 시스템이 보스턴 심포니 홀 등 음악 감상에 최적화된 공간의 음장 특성을 재현한다. 롱휠베이스 가격은 1억6557만원부터다. VIP에게 손색없는 차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