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공매도 차별 폐지 법안 '반대'

입력 2022-05-23 17:27
수정 2022-05-24 01:18
금융당국이 주식 공매도 거래 시 개인과 기관투자가·외국인 간 차별을 없애자는 여당 법안에 대해 사실상 반대 의견을 냈다. 기관·외국인의 공매도 조건을 개인 수준으로 하향 평준화하는 것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어긋난다는 논리다. 윤석열 대통령이 ‘공매도 형평성 제고’를 약속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기관에 개인에 준하는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상호 합의로 대차 조건을 정하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반한다”며 “기관 간 대차를 불합리하게 제약하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했다.

앞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3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의원 안은 빌려온 주식을 미리 판 뒤 나중에 반환하는 차입 공매도 시 최소담보비율과 상환기간을 각각 140%와 90일로 법에 못 박도록 했다.

공매도를 위한 주식을 빌릴 때 개인은 대주시장, 기관과 외국인은 대차시장을 이용한다. 2020년 기준 67조원 규모인 기관 간 대차시장에는 국제표준약관에 따라 105% 수준의 최저담보비율이 적용된다. 상환기간이나 만기는 얼마든지 연장이 가능한 구조다. 반면 개인들은 다른 개인이 신용 융자를 위해 담보로 내놓은 주식들로 조성된 대주시장을 통해서만 주식을 빌릴 수 있다. 최저담보비율은 140%인데 상환기간은 최대 90일로 묶였다.

이 의원은 이처럼 투자자별로 다른 공매도 담보비율과 상환기간을 자본시장법에 명문화해 투자자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도 140%인 개인 최저담보비율을 낮춰 기관·외국인과 형평성을 도모하는 방안이 담겼다. 하지만 금융위는 기관·외국인의 공매도 거래 조건을 개인과 같은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데는 난색을 보였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