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유전자 편집(GE) 기술이 적용된 농작물 재배를 허용하기로 했다. 식량 자급률을 끌어올려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치솟은 물가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22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유전자 편집 농작물 재배를 허용하는 법안을 이번주 의회에 상정할 방침이다. 의회를 거쳐 법안을 심의하는 제2독회를 2주 내로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르면 내년부터 유전자 편집 농작물을 전국 소매점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조지 유스티스 영국 환경부 장관은 “정밀한 유전자 편집 기술을 적용해 농작물 번식을 촉진할 것”이라며 “농토 영양소의 효율적인 활용을 통해 적은 양의 비료와 물로도 수확량을 이전보다 증대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유전자 편집 기술은 장기적인 세계 식량난 대처에 있어서도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전자 편집 농작물은 유전자 가위 기술을 활용해 한 생물체 안에서 특정 DNA를 강화하거나 제거하는 식으로 개량한 작물이다. 다른 생물체의 유전자를 삽입해 새로운 종을 창조하는 유전자변형생물체(GMO)와는 다르다. 외부 요인이 개입하지 않으면서 GMO를 대체할 수 있는 작물로 주목받고 있다.
2016년 미국 농무부는 세계 최초로 유전자 편집 농작물을 규제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반면 유럽연합(EU)은 2018년 유전자 편집 농작물을 GMO와 똑같이 규제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당시 EU에 속한 영국도 같은 규제를 적용해 왔다. 그러나 2020년 EU를 탈퇴하는 ‘브렉시트’를 단행해 독자적으로 규제를 완화할 수 있게 됐다.
영국 정부는 유전자 편집 농작물 재배 촉진법을 밀어붙일 계획이다. 지난 10일 엘리자베스 여왕을 대신해 의회 연설에 나선 찰스 왕세자는 이 법안에 대해 “EU로부터 물려받은 불필요한 장벽을 제거하기 위해 고안된 법안”이라고 말했다.
영국은 이를 통해 식량 자급률을 끌어올리고 인플레이션을 완화한다는 전략이다. 지난 2월 러시아가 ‘세계의 빵 바구니’인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영국의 식료품 가격이 뛰어오르며 인플레이션이 심화했기 때문이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