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이 최고데이터책임자(CDO) 직책을 신설하고 이강원 SK텔레콤 클라우드기술 담당(사진)을 영입했다. SK그룹에서 데이터 기술이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 SK텔레콤 임원을 선임하면서 SK온이 데이터 기반 사업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이 아닌 계열사도 AI와 데이터를 활용하도록 사업 방향을 잡으면서 인사 이동이 있었다”고 말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이강원 전 SK텔레콤 클라우드기술 담당을 SK온의 CDO로 지난달 임명했다. 이 CDO는 SK텔레콤 내에서 SK하이닉스향(向)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연구개발(R&D), 차세대 교통체계 AI(인공지능) 시스템 개발, AI 반도체 선행 개발 등을 주도했다. 그는 미국 뉴욕의 IBM 왓슨연구소에서 네트워크 빅데이터 연구를 했고, 올해엔 국제전기전가공학회(IEEE) 석학회원으로 선임됐다.
SK온은 데이터 기반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먼저 AI와 로봇에 기반한 스마트 팩토리 솔루션 개발할 수 있는 ‘BaaS AI’를 개발했다. 연구 및 제조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분석 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이 CDO 영입으로 SK온은 해외 공장을 스마트팩토리로 바꾸는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 공장은 근무자의 숙련도에 따라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이 들쭉날쭉하다. 현장 엔지니어의 감에 의존하지 않고,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 설정으로 배터리 품질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엔비디아 출신인 변경석 씨를 CDO로 영입해 스마트팩토리 전환에 나서고 있다.
SK온은 중고차, 렌터카 업체와 함께 배터리 데이터 수집에도 나선다. 전기차 배터리를 충·방전하다보면 배터리의 전체 충전 성능이 조금씩 저하된다. 중고 전기차 시세를 측정할 땐 배터리의 잔존가치에 따라 가격을 매겨야 해 앞으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SK온은 전기차 기업들과 협업해 배터리 데이터를 축적할 계획이다. 올 하반기부터 중고차 업체들이 배터리 수명을 측정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수집한 데이터는 배터리 성능을 개선하기 위한 용도로도 쓸 수 있다. 춥거나 더운 날씨에 배터리가 실제로 어떻게 충·방전되는지를 알면, BMS(배터리 관리 시스템)을 통해 충전 시스템을 조정할 수 있는 데다 제조 과정에 이를 반영할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관련 데이터는 미래 먹거리와 직결되는 분야라 완성차 업체들이 쉽게 내주지 않는 영역”이라며 “SK온이 중고차, 렌터카 업체와 손 잡은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형규/선한결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