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업계에서 ‘미니 최고경영자(CEO)’라고 불리는 프로덕트 오너(PO) 지망생이 늘고 있다. 국내 PO 문화의 선두주자로 불리는 토스의 ‘오픈 PO 세션’엔 PO로서의 성장 노하우를 얻으려는 관계자 660명이 몰려 이 중 30명만 선발됐다. 액셀러레이터 퓨처플레이가 시작한 전문 PO 육성 프로그램은 30명을 뽑는 과정에 120명이 지원해 모집을 조기 마감했다. 자기주도적으로 사업 목표를 세우고 팀을 끌어가는 경험을 원하는 젊은 인재들 사이에서 PO직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PO에 몰리는 인재들
금융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경력 3년 이하 PO 채용을 위해 ‘PO FIT 테스트’라는 이름의 문제해결 대회를 지난 21일 진행했다. PO직에 지원한 모든 참가자가 이 테스트를 통해 실력을 겨뤄 눈길을 끌었다. ‘지인 간 송금을 더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라’ ‘토스 서비스 내 만보기 사용자를 늘리기 위한 마케팅 방법은’ 등의 질문이 이메일로 발송됐고, 지원자들은 최대 4시간 동안 답변을 작성해 제출했다.
PO는 스타트업 내에서 한 사업부문의 개발과 성장을 총괄하는 직무로, 소규모 팀을 이끌며 개별 제품의 사업 방향을 세우고 운영에 대한 전권을 가진다. ‘작은 스타트업 대표’라고도 불린다. 업무 전문성은 물론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전략적 사고가 필수적이다.
토스 관계자는 “이승건 대표가 1년간 매주 1차례씩 직접 PO 대상 교육에 나설 예정”이라며 “그만큼 PO의 역할을 중요시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토스는 지난달 스타트업 업계 PO들을 대상으로 오픈 세션을 열어 PO에게 필요한 전략 노하우를 공유하기도 했다. 660명의 신청자가 몰렸고, 이 중 30여 명이 최종 선발돼 참석했다.
퓨처플레이는 아예 PO를 전문적으로 육성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지난 20일 정규 과정을 시작했다. PO에 관심 있는 3~8년차 직장인이 대상이다. 퓨처플레이 관계자는 “30명을 뽑는 과정에 120명이 지원해 반응이 뜨거웠고, 계획보다 정원을 늘려 40명을 받았다”며 “대기업 재직자부터 스타트업 직원까지 지원자도 다양했다”고 말했다. ○“팔방미인 역할 매력적”PO가 작은 CEO라고 불리는 건 스스로 사업 목표와 비전을 세우고, 실행 전략을 통해 결과 도출까지 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은 물론 자신의 업무 범위를 넓히고 싶은 대기업 직원들 사이에서도 PO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한 PO 교육 관계자는 “PO는 많은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갖고 조직을 이끌면서 능력을 키울 수 있어 젊고 진취적인 직원들은 선호할 수밖에 없다”며 “무엇보다 팀을 리딩하는 경험을 원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스타트업에서 다른 업무를 하다가도 PO가 하는 일을 보고 직무 전환을 희망하는 직원도 많다.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하고 있는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C레벨로 올라가기 위해서라도 PO는 꼭 하고 싶은 업무”라며 “창업 생각도 하고 있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PO 영입전도 뜨겁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창업 초기엔 기업 대표가 직접 PO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지만 회사가 성장하고 제품이 세분화되면 각 사업부문의 PO가 중요해진다”며 “서비스 기획부터 데이터 분석, 프로그램 개발 등을 두루 이해하는 팔방미인형 경력 PO를 찾는 곳이 많다”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