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버전의 '구글 독스', '줌'이 나왔다 [한경 코알라]

입력 2022-05-23 08:45
수정 2022-05-23 08:46


5월23일 한국경제신문의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코알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주 5회, 매일 아침 발행하는 코알라를 받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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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레이어 3의 진화
임퍼비어스 AI는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이용한 개인대 개인간(P2P) 인터넷을 구현한다는 목표를 가진 미국의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는 작년말 비트코인 라이트닝 네트워크의 프로그래밍 레이어 역할을 하는 API를 출시해 라이트닝 네트워크에 P2P 통신 및 데이터 전송 기능을 추가하면서 유명해졌다. 원래는 ‘A가 B에게 비트코인 몇개를 보냈다’는 정도의 정보만 이동하던 라이트닝 네트워크에 다른 형태의 데이터도 이동할수 있는 기능을 추가한 것이다. 임퍼비어스 AI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자신들이 그리는 웹 3.0 세상이 이미지로 나타나있다. 가장 밑에 비트코인이 있고 그 위에 라이트닝 네트워크가, 그리고 그 위에 임퍼비어스가 구축한 레이어 3이 있고 그 위에 다양한 건물들이 지어져 있다.


임퍼비어스 AI 홈페이지 메인화면 / 출처: 임퍼비어스 홈페이지

지난 4월 미국 마이애미에서 개최된 '비트코인 2022 컨퍼런스'에서 임퍼비어스 AI는 올해 2분기 중 공개할 비트코인 네트워크 전용 인터넷 브라우저 일부를 공개했다. CEO인 체이스 퍼킨스가 직접 무대에 올라 시연 영상과 함께 브라우저 기능 두 가지를 소개하자 청중들의 감탄이 쏟아졌다. 첫번째 기능은 여러 사람이 문서를 공동으로 작성하고 편집할 수 있는 ‘Live Docs’라는 기능이다. 구글에서 제공하는 ‘구글 독스 (Google Docs)’와 비슷한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 구글 독스에 작성한 문서는 구글의 서버에 저장되지만 Live Docs에 작성된 문서는 어디에도 저장되지 않는다. 오직 문서 작성에 참여한 사람들끼리만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통해 직접 데이터를 주고받기 때문에 중앙 서버에 저장할 필요가 없다. 특정 기업에 나의 신상정보와 문서에 대한 접근 권한과 문서 내용에 대한 데이터를 모조리 맡기지 않아도 얼마든지 다른 사람들과 함께 문서를 작성하고 편집할 수 있는 점이 장점이다.


‘Live Docs’를 직접 시연하는 임퍼비어스 AI의 체이스 퍼킨스 CEO / 출처: Bitcoin Magazine 유튜브

두번째는 ‘Meeting’ 이라고 하는 실시간 영상통화 기능이다. 코로나 이후 회사에서 특히 많이 사용하는 ‘줌 (Zoom)’ 이나 ‘구글밋 (Google Meet)’과 비슷한 비디오 컨퍼런스 콜 기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역시 특정 기업이 소유한 별도 서버를 통해 영상 데이터가 전송되는것이 아니라 화상채팅에 참여한 두 사람간에 개설된 라이트닝 네트워크 채널을 통해 영상 데이터가 오가는 것이기 때문에 ‘줌'과 ‘구글밋' 없이도 자유로운 영상통화가 가능하다. 영상 데이터의 전송은 실시간으로 이뤄지며 통화가 종료됨과 동시에 어디에도 저장되지 않고 사라지므로 프라이버시 강화에도 좋다.


‘Meeting’ 을 통해 두 사람이 영상통화를 하는 모습 / 출처: Bitcoin Magazine 유튜브

P2P 인터넷의 효용가치
물론 지금 ‘줌'과 ‘구글밋'을 사용하는 것에 특별히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나의 신원정보나 영상통화 기록들이 기업이 소유한 서버 어딘가에 저장되는 것에 대해서 딱히 불만이 없을 수도 있다. 굳이 개인대 개인간 영상통화가 왜 필요한지 의문을 갖는것도 이해는 된다. 기업들이 막강한 플랫폼 파워를 가져서 독과점을 누린들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빨리 초고속 인터넷 망이 깔렸고 전국민 스마트폰 보급률이 90%를 넘는 우리나라에 살면 쉽게 공감하기 어렵다. 하지만 세상엔 아직 정부의 검열을 피할 수 있는 P2P 인터넷이 꼭 필요한 지역들이 많다. 아직도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는 환경에 살고있다. 간단한 예로 중국은 구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거의 모든 미국 IT 서비스들의 이용이 제한됐다. 러시아는 최근 우크라이나를 침략하는 바람에 강도 높은 서방의 제재를 받고있다. 북한은 오래 전부터 외부와의 모든 연결이 차단된 대표적인 인터넷 소외지역이며 이외에도 미국과 정치적, 군사적 긴장상태에 놓여 미국 인터넷 기업들이 진출을 못하는 곳들도 많다. 이곳의 국민들에게 정부의 검열로부터 자유로운 P2P 인터넷은 어떤 의미일까. 돈을 벌기위해 외국에 나간 가족과 영상통화를 할 수 있고, 자유롭게 돈(비트코인)을 주고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가 지금 당연시하며 사용하는 기술과 문명이 제대로 닿지 못한 곳들이 아직도 많이 있다. 이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정부의 통제와 상관없이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탈중앙 네트워크와 익명성이 보장되는 P2P 인터넷은 웹 2.0이 끝내 이루지 못한 마지막 미션을 이뤄낼 것이다. 바로 ‘모두를 위한 인터넷' 이다.

임퍼비어스 AI가 자사 트위터 계정을 통해 밝힌 계획에 따르면 2분기에 출시될 브라우저가 탑재할 기능은 문서편집과 영상통화에서 그치지 않는다. 미디엄 (Medium) 같은 블로그 기능, 왓츠앱 (WhatsAapp) 같은 메신저 기능, 은행앱과 페이앱 같은 결제 기능, 통신사 인증 같은 신원인증 기능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임퍼비어스 AI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누구나 익명으로 사용 가능한 탈중앙 데이터 저장 기능도 내놓겠다고 공언했다. 이를위해 IPFS라는 기술을 이용한다고 한다. IPFS는 "InterPlanetary File System"의 약자로서, 분산형 파일 시스템에 데이터를 저장하고 인터넷으로 공유하기 위한 프로토콜이다. 냅스터, 토렌트(Torrent) 등 P2P 방식으로 대용량 파일과 데이터를 공유하기 위해 사용한다. 기존의 HTTP 방식은 데이터가 위치한 곳의 주소를 찾아가서 원하는 콘텐츠를 한꺼번에 가져오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IPFS는 데이터의 내용을 변환한 해시값을 이용하여 전 세계 여러 컴퓨터에 분산 저장되어 있는 콘텐츠를 찾아서 데이터를 조각조각으로 잘게 나눠서 빠른 속도로 가져온 후 하나로 합쳐서 보여주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전 세계 수많은 분산화된 노드들이 해당 정보를 저장하기 때문에 사용자는 IPFS를 사용함으로써 기존 HTTP 방식에 비해 훨씬 빠른 속도로 데이터를 저장하고 가져올 수 있다.

임퍼비어스 기반 애플리케이션
2021년 8월, 임퍼비어스 AI는 해커톤 대회를 개최하여 참가자들에게 임퍼비어스가 제공하는 P2P 인터넷 API를 이용해 비트코인 레이어 3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게 했다. 임퍼비어스는 심사를 거쳐 1위~10위를 선정한 후 트위터에 공개했는데 그 중 눈에 띄는 서비스 2개를 소개하려고 한다.

<i>레드폰 (Redphone)</i>
레드폰은 라이트닝 네트워크에 참여한 노드들끼리 WebRTC 라는 프로토콜을 이용해 음성 메세지를 주고받을 수 있게 만든 서비스이다.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통해 전송되는 데이터에 비트코인 대신 음성 데이터를 담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레드폰을 이용하면 비트코인과 라이트닝 노드를 운영하는 사람들끼리는 통신사에 가입할 필요없이 실시간으로 전화통화를 할 수 있다.

기능은 간단하다. 상대방의 노드 ID를 앱에 입력한 후 전화를 걸면 된다. 만약 상대방도 레드폰을 설치했으면 전화가 걸린다. 전화를 받는 쪽은 분당 요금을 비트코인의 소숫점을 세는 단위인 사토시 (Satoshi, 줄여서 Sats라고도 한다)로 미리 책정해놓을 수 있다. 첫 60초 통화는 무조건 공짜이고 그 이후부터는 통화가 지속되는 동안은 1분마다 전화건 사람의 지갑에 있는 비트코인이 자동으로 차감된다. 레드폰을 통한 실시간 전화통화 기능이 확산된다면 통신사 가입은 더이상 필요없는 일이 될 수 있다. 미국에 사는 제임스가 한국에 있는 철수와 통화를 하기위해 카카오 보이스톡에 가입할 필요도 없다. 물론 비트코인과 라이트닝 노드를 운영하는 사람끼리만 사용할 수 있지만 제 3자의 개입이 전혀 필요없는 완전한 P2P 전화통화 기능은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큰 효용가치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

<i>AMP (Atomic Multi-path Payment)</i>
AMP (Atomic Multi-path Payment)가 무엇인지 설명하기 전에 먼저 라이트넹 네트워크에서 데이터가 어떤 경로로 이동하는지 다시한번 이해하고 넘어가 보자. 철수가 영희에게 0.5 BTC를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통해 보내면 이 금액은 현재 라이트닝 네트워크에 접속해있는 노드들이 열어놓은 ‘채널’을 통해 운반된다. 각 채널에는 해당 채널을 열어놓은 노드가 예치해놓은 비트코인이 들어있으며, 라이트닝 네트워크는 0.5 BTC가 지나갈 충분한 금액이 예치된 채널들을 랜덤으로 선별하여 코인을 차례차례 이동시킨다. 따라서 최종 도착지인 영희의 지갑으로 0.5 BTC가 도착할 때까지 총 몇 개의 채널을 지나게 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총 수수료는 1~10 사토시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며, 그 속도도 눈 깜짝할 사이에 이뤄진다.

AMP는 이러한 라이트닝 네트워크의 전송 과정을 더욱 획기적으로 개선한 기술이다. 이해를 돕기위해 공상과학 영화에 가끔 등장하는 순간이동을 생각해 보자. 미래에 과학기술이 발전하여 누구든 A 지점에서 B 지점으로 순간이동을 할 수 있는 세상이 온다면, 그 말은 우리의 신체가 원자 단위로 쪼개져서 어떤 전자기장을 통과한 후 다시 원래의 신체로 합쳐지는 것을 의미한다. AMP가 구현하는 기술도 정확히 같은 컨셉이다. 앞서 0.5 BTC를 전송하는 철수와 영희의 예로 돌아가보면 AMP는 0.5 BTC를 여러개의 훨씬 작은 단위로 분해하여 수많은 채널들로 흩뿌린후 마지막에 다시 원래의 0.5 BTC로 합치는 방법으로 코인을 전송한다. 이렇게 하면 라이트닝 네트워크가 굳이 0.5 BTC 이상을 예치해놓은 채널들만 선별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커다란 단위의 비트코인도 더욱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전송할 수 있다.

임퍼비어스 AI의 해커톤에 참여한 앤써니 로닝(Anthony Ronning)이라는 컴퓨터 개발자는 이 AMP 기술을 이용하여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통해 대용량 파일을 전송하는 방법을 공개했다. 영화나 드라마 같이 러닝타임이 몇시간이 넘는 동영상 파일은 파일 크기가 많게는 수십 기가바이트(GB)에 달하기 때문에 데이터 처리 용량에 한계가 있는 블록체인을 통해 전송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그러나 AMP기술을 이용해 파일 데이터를 여러개로 쪼갠다음 수십, 수백개의 라이트닝 네트워크 채널로 보낸 후 마지막 도착지에서 다시 합친다면 아무리 큰 파일이라도 보낼 수 있다.

이는 비트코인과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이용한 P2P 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가 나올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튜브에서 귀찮은 광고를 5초~15초 동안 볼필요 없이 내가 원하는 만큼 동영상을 본 후 사토시를 내면 된다. 또한 원하는 영화나 미드를 보려고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애플티비마다 모두 계정을 만들고 구독료를 낼 필요 없이 라이트닝 네트워크 노드만 설치해놓으면 전 세계 어디에서든 원하는 콘텐츠를 볼 수 있다.<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백훈종 샌드뱅크 COO는…

안전한 크립토 투자 앱 샌드뱅크(Sandbank)의 공동 창업자 겸 COO이다. 가상자산의 주류 금융시장 편입을 믿고 다양한 가상자산 투자상품을 만들어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샌드뱅크를 만들었다. 국내에 올바르고 성숙한 가상자산 투자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각종 매스컴에 출연하여 지식을 전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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