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2박3일 방한 일정이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방문으로 시작해 현대자동차그룹의 미국 투자 계획 ‘유튜브 생중계’로 마무리됐다.
경제계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국가 간 첨단기술 및 공급망 협력이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 글로벌 외교·통상 전쟁의 양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벤트였다”고 평가했다. 한국 대표 글로벌 기업들이 더 이상 한·미 동맹의 조연이 아니라 주연이 됐다는 점도 확인됐다.
바이든 대통령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2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약 50분간 면담한 뒤 각각 성명을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이 미국에 50억달러(약 6조3600억원)를 추가 투자하는 내용의 ‘깜짝 발표’가 백악관 명의 SNS를 통해 세계로 생중계됐다. 한 경제단체 고위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일자리 창출을 위해 친기업 행보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방한 첫날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삼성전자 경기 평택 반도체공장을 110여분간 시찰했다. 당초 계획된 시간(60분)보다 50여분 늘었다. 첫 아시아 순방에 나선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에 앞서 한국을 방문한 이유도 세계 최대 반도체공장이 한국에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2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첫 정상회담을 한 뒤 안보, 경제·기술, 글로벌 협력 등 분야에서 포괄적 전략동맹을 강화하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회담 직후 “저와 바이든 대통령의 생각이 거의 모든 부분에서 일치한다는 걸 느꼈다”며 “양국 동맹관계를 말뿐인 협력이 아니라 행동하는 동맹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방한을 통해 한·미 동맹은 한 단계 더 격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삼성 현대차 등 국내 대기업의 미국 투자 확대는 양국 경제안보 동맹의 상징”이라며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가입도 현실화돼 경제안보 분야에서 양국의 협력은 더 강화될 전망”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2일 윤 대통령과 경기 오산 공군작전사령부 항공우주작전본부를 함께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한 뒤 한국을 떠나 일본에 도착했다.
좌동욱/김동현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