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은 공동성명에 ‘핵우산’ 강화 등 대북 억지를 위한 여러 강경책을 담았다. 한·미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재가동과 미군 전략자산 전개, 연합훈련 확대를 위한 협의 개시 등이 대표적이다. 모두 북한이 강력 반발해온 사안이다. 지난해 5월 한·미 정상회담 때 합의문에 담긴 ‘미·북 싱가포르 공동성명과 남북한 판문점 선언 존중’ 문구는 빠졌다. 문재인 정부 대북 정책의 근본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인 셈이다.
미국이 유사시 한국에 제공하는 확장억제 수단 중 하나로 핵을 못박았다는 점이 특히 눈에 띈다. 확장억제란 동맹국이 핵 공격을 받거나 그 위협에 처했을 때 미국이 본토에 상응하는 수준의 억제력을 지원한다는 개념이다. 한·미 공동성명에 ‘핵과 재래식 무기, 미사일 방어를 포함해 가용한 모든 방어역량 사용’을 표기한 것은 확장억제 제공 약속을 명료하게 보여준다. 정상회담 성명에 이런 표현이 들어간 것은 처음이다. 지난달 핵 공격 가능성까지 거론한 김정은에 대해 ‘핵에는 핵’으로 대응하겠다고 천명한 것이나 다름없다.
중요한 것은 ‘액션 플랜’이다. 선언만 있고 행동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이번 공동성명 내용은 북한 도발에 대한 사후 조치에 중점을 두고 있고, 사전 대응 등에선 미흡한 측면이 없지 않다. 2018년 1월 이후 한 번도 열리지 않은 EDSCG를 재가동하기로 한 만큼 한·미는 이를 통해 핵무기 탑재 폭격기와 핵 추진 잠수함 등 미국 전략자산의 적시 전개를 포함, 북한 핵·미사일 억제를 위한 실효적이고 정교한 플랜을 짜기 바란다.
한·미 훈련 범위를 ‘한반도와 그 주변’으로 넓히고 규모를 확대하기로 한 것도 의미가 있다. 양국 정상이 핵 공격에 대비한 훈련 필요성까지 언급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한·미 훈련은 2018년 미·북 싱가포르 회담 이후 형해화됐다. 중단된 실기동 훈련 부활은 물론 북한이 실질적 위협을 느낄 만큼 강도 높은 훈련을 실시해야 한다. 실전 대비 없이 어떻게 강군이 될 수 있겠나. 다만 공동성명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 비핵화(CVID)’ ‘북한 비핵화’가 아닌 한국을 포함하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여전히 두루뭉술한 표현이 담긴 것은 아쉽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5년간 북한의 평화 공세에 맞장구 치면서 북한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고 안보 위기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런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로잡는 일을 가속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