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자유’라는 단어를 35번이나 언급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자유를 강조한 이유는 뭘까. 국민이 잘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개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리라.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를 지냈고 한국재정학회 회장과 자유경제원 원장을 역임한 현진권 박사의 저서 《자유경제 톡톡》은 우리가 어렴풋이 알고 있던 개념들을 명확하게 해석해준다. 자유와 시장경제에 관한 입문서인 만큼 내용이 쉽고 재미있는 데다 분량이 150쪽 정도여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조금 까다로운 부분은 만화로 다시 설명해주는 친절한 책이다.
모든 것은 사상에서 비롯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인간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살아갈지를 체계화한 것이 바로 사상이다. 경제 체제도 사상에서 출발하는데, 시장경제 체제를 낳은 사상의 바탕에 ‘개인’과 ‘자유’가 자리하고 있다.
헌법 제4조에 대한민국이 추구하는 자유의 가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고 명시돼 있다. 자유는 ‘가치’고 민주주의는 ‘정치 체제’라는 걸 유념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다수의 의사를 중시하기 때문에 때로는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소수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 자유와 민주주의 중 무엇을 우선해야 할까. 저자는 당연히 자유라고 말한다.
자유의 주체는 개인이다. 개인이 없다면 자유는 존재할 수 없다. 대한민국이 건국되기 전까지 한반도는 그저 왕을 위한 세상이었다. 대한민국 건국으로 개인의 존엄성을 바탕으로 자유를 허용하는 체제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때부터 개인이 모인 집단은 백성이 아니라 ‘국민’이 됐고, 개인의 존재가 인정됨으로써 비로소 자유도 빛을 발했다. 경제 자유가 가장 소중저자는 여러 가지 자유 중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경제 자유’로 꼽았다. 경제 자유가 있는 개인은 자신이 가진 재능을 마음껏 발휘해 새로운 걸 만들어낸다. 자유로운 나라에서 정부가 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역할은 개인의 소유권 보호고 소유권은 모든 개인에게 차별없이 보장돼야 한다. 저자는 소유한 것이 많은 부자나 대기업의 재산권을 제한하고 때로 침해하는 걸 정당하다고 착각하면 경제 침체로 이어진다고 경고했다.
시장에서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 최대의 만족을 얻으려 한다. 수요자는 더 낮은 가격에 물건을 사고 싶어하고, 기업은 더 높은 이윤을 얻으려고 치열하게 경쟁한다. 시장경제 발전의 원동력인 이윤과 경쟁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갖는 걸 저자는 경계한다. 경쟁의 승자가 일시적으로 누리는 독점도 나쁘게만 볼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윤을 많이 낸 대기업에 사회적 책임을 강요하는 분위기도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시장경제를 비판하는 근거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이 격차인데 격차는 불공평, 불균형, 양극화라는 극단적 단어로 더 많이 불린다.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를 양극화로 꼽는 사람이 많고 소득의 양극화라는 말이 보편화된 실정이다.
소득수준의 전반적인 향상으로 인한 소득격차 증가는 부자가 서민들의 소득을 착취한 결과가 아니라는 걸 저자는 강조한다. 소득격차 추이를 살필 때는 소득수준의 추이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저자는 실제 우리 사회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소득계층은 중산층이라며 ‘가난한 평등’과 ‘빈곤없는 격차’ 중 어느 쪽이 인류의 삶을 윤택하게 했는지 생각해보라고 권한다. 격차를 강제로 없애면 성장은 멈추고 만다. 저자는 정치적 이념에 따라 상대적 빈곤을 강조하다 보면 대립과 분열만 야기한다고 경고한다. 사익 추구로 공익에 기여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익은 나쁘고 타인을 위한 공익은 좋은 것이라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다. 저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충실히 사는 게 공익에 기여하는 길이라는 애덤 스미스의 사상이 시장경제 체제의 원리라는 걸 강조한다. 개인이 부자가 되는 것이 곧 부자 나라를 만드는 길이다. 국가가 개인의 소유권을 완벽하게 보호해주면 나머지는 보이지 않는 손, 즉 시장이 알아서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나라를 살리는 길은 국민이 자유 가치를 깨우치는 것이고, 경제교육은 ‘사느냐 죽느냐’의 생존 문제임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