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21일 참여연대의 용산 대통령실 근처 집회를 허용하라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20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박정대)는 참여연대가 서울 용산경찰서의 집회 금지 처분에 불복해 제기한 집행정지(효력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재판부는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전쟁기념관 앞 인도와 하위 1개 차로에서 집회를 여는 것을 허용하고, 이를 벗어난 집회에 대해서는 경찰의 금지 처분을 유지했다. 참여연대는 당초 오전 8시부터 밤 10시까지 국방부 정문 앞과 전쟁기념관 앞 2개 차로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했는데, 집회는 허용하되 범위를 축소한 것이다.
참여연대는 ‘남북·북미 합의 이행 및 한반도 평화’를 주장하는 기자회견과 집회를 국방부와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겠다고 경찰에 신고했다가 금지 통고를 받자 법원에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용산경찰서는 집무실 100m 이내에서 이뤄지는 시위라는 이유로 금지 통고를 내렸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제11조는 ‘대통령 관저’ 100m 이내 옥외집회를 금지하고 있는데, 집무실도 대통령 관저에 포함된다는 논리다.
이전까지는 청와대가 대통령의 집무실이자 관저였기 때문에 이 같은 논쟁이 없었지만, 용산 대통령실 이전으로 집무실과 관저가 분리되면서 법적 해석에 이견이 생긴 것이다. 재판부는 “집시법에서 정한 대통령 관저란 직무수행 외의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주거 공간만을 가리킨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집시법 11조에 따르면 대통령 관저와 마찬가지로 국회의장,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이 거주하는 공관 등은 집회 금지 장소로 정하고 있으나, 이들이 직무를 수행하는 국회의사당, 법원, 헌법재판소는 집회 개최를 허용하고 있다”며 “형평성을 고려할 때 대규모로 확산할 우려가 없는 집회·시위는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법원은 지난 13일에도 집무실 근처의 집회가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놨다. 같은 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김순열)도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이 용산경찰서장을 상대로 낸 집회 금지 통고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당시 재판부는 “옛 대통령경호법 시행령에서도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를 구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법원은 또 다른 시민단체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이 신청한 집회금지 집행정지 가처분도 같은 이유로 인용했다. 이 집회 역시 참여연대 집회와 같은 시간과 장소에서만 허용된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이날 “용산공원 개방을 잠정 연기한다”고 밝혔다. 시범 개방을 발표한 지 하루 만이다. 편의시설 등 사전 준비 부족으로 관람객 불편이 예상된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