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포괄적 전략동맹' 격상 합의

입력 2022-05-20 17:29
수정 2022-05-21 00:49
21일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선 그동안 군사와 경제 분야에 초점이 맞춰졌던 한·미동맹을 기술과 공급망 협력을 포괄하는 전략동맹으로 격상하는 방안이 논의된다. 인공지능(AI)과 같은 첨단기술 개발이나 반도체 공급망 등 새로운 통상질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게 핵심이다. 이런 양국 관계는 북한, 일본, 중국 등 한반도 주변 정세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경제안보 협력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아시아 순방의 첫 대상국과 방문 장소로 한국, 그중에서도 삼성전자의 경기 평택 반도체공장을 선택한 것은 경제안보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방증이다.


세계 최대 반도체 공장인 삼성 평택캠퍼스는 애플, 퀄컴, 아마존 등 내로라하는 미국의 정보기술(IT) 기업에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하거나, 이들 기업이 설계한 시스템반도체를 수탁생산하는 생산기지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한양대 석학교수)은 “미국 정부가 지난해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주력 산업인 자동차 생산이 10% 이상 감소한 걸 목격한 후 자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더 열을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반도체뿐만이 아니다. 배터리, 인공지능, 양자기술, 친환경 에너지 등 향후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기술 분야들이 이번 정상회담 테이블에 핵심 의제로 올라간다. 대부분 한국 기업이 핵심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거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키우는 분야다. 경제계에선 이런 신산업 분야의 정부 협력이 민간 기업 간 협력을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제안보와 맞물려 진행되는 핵심 의제는 신(新)통상질서를 대비하기 위한 글로벌 공조다. 윤 대통령은 다음주 바이든 대통령 주도로 일본에서 출범할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IPEF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10월부터 추진한 인도·태평양 지역 통상 협의체다. 글로벌 공급망과 디지털 경제 등 분야에서 중국을 배제하기 위한 포석이 깔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바이든 정부가 추진 중인 미국, 한국, 일본, 대만 간 ‘반도체(Chip) 4국 동맹’도 궤를 같이하는 지역 협의체다.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문재인 정부가 신중하게 접근했던 ‘칩4 동맹’ 가입에 윤석열 정부는 긍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미국 주도의 신통상 협의체에 편입되는 과정에 중국 정부의 반발과 보복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2016년 사드 배치 직후 중국 정부에서 광범위한 보복을 받은 전례가 있다.

북한의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도 이번 정상회담 주요 의제다. 한·미 정상회담 직후 발표할 공동성명엔 강력한 대북 억지력을 재확인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