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가뭄에 무값 88% 급등…깍두기 먹기 더 힘들어지나

입력 2022-05-20 17:14
수정 2022-05-21 00:21
작황 부진으로 봄 무 출하량이 줄면서 무 가격이 급격한 상승궤적을 그리고 있다.

20일 팜에어·한경 농산물가격지수(KAPI)를 산출하는 가격예측 시스템 테란에 따르면 전날 국내산 무의 ㎏당 도매가격은 618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7.6% 올랐다. 지난달에 비해서도 50% 상승했다. 소매 가격도 비슷한 흐름이다. 농산물유통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무 소매 가격은 작년보다 24%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

무 가격이 이런 상승세를 보이는 것은 봄 무 출하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무는 가을 무가 주종이지만 △조기 출하를 위해 하우스나 노지에서 재배하는 봄 무 △고랭지에서 재배하는 여름 무 △겨우내 따듯한 제주지역에서 재배하는 겨울 무(월동 무) 등 사계절 내내 전국에서 재배된다.

올해는 봄 무의 생육기인 3~4월에 건조한 날씨와 가뭄이 계속되면서 작황이 부진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무는 더위에 매우 약한 작물이다. 한 급식업체 바이어는 “평소 이맘때면 소비자들에게 팔리는 무가 전남·경남 지역 봄 무로 순조롭게 전환되지만, 올해는 봄 무가 물량도 적고 겨울에 출하한 저장 제주 무보다 품질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재배 면적도 줄었다. 지난해 가격 하락으로 원하는 만큼 수익을 내지 못한 농민들이 올해는 무 대신 옥수수나 양배추를 재배했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봄 무 재배 면적은 평년 대비 11% 감소했다.

당분간 상승세는 이어질 것이란 게 식품업계의 관측이다. 한 대형마트 바이어는 “제주 겨울 무도 6월 초순까지만 시장에 나오기 때문에 무 공급 부족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